강력범 구속수사 최장 6개월…참고인 강제구인 추진

  • 입력 2002년 12월 22일 18시 54분


변호인의 피의자 신문 참여를 허용하는 대신 중대 범죄 피의자에 대한 구속수사 기간을 대폭 연장하고 참고인 강제구인제와 허위진술 처벌을 규정한 사법방해죄가 도입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법무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및 형법 개정 초안을 마련, 최근 대법원과 행정자치부 등 관계기관과 법조계 학계 등에 의견을 구했다고 22일 밝혔다.

그러나 재야 법조계와 시민단체 등이 구속기간 연장과 참고인 강제구인제 등은 또 다른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입법 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법무부는 26일 의견조회가 끝나면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공청회 등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피의자 신문 과정이 적법한지, 강압이 아닌 자유 의지에 따른 임의 진술이 이뤄지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변호인의 신문 참여가 허용된다.

그러나 △체포나 구속 후 48시간 이내 △증거인멸이나 공범 및 도주 등 우려 △피해자나 참고인 등의 신체나 재산에 위해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변호인 참여를 제한키로 했다.

또 변호인이 피의자 대신 답변하거나 신문 내용에 시비를 거는 등의 ‘신문 개입’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개정안은 이와 함께 조직폭력이나 마약, 테러, 뇌물 사건 등 일부 중대 범죄에 한해 현재 20일인 검찰 구속수사 기간을 최대 6개월까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연장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현재 각각 최대 4개월로 돼 있는 법원의 항소 및 상고심 구속기간을 6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으며 수사에 필요한 중요 사실을 안다고 인정되는 참고인이 2회 이상 출석에 불응할 경우 법원의 영장을 받아 강제구인해 조사한 뒤 24시간 이내에 석방하는 ‘참고인 강제구인제’를 도입키로 했다.

수사기관에 나온 참고인이 허위 진술을 하거나 법원에 허위자료를 냈을 때, 수사 재판 방해 목적으로 참고인이나 증인의 출석, 진술, 자료제출을 방해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 사법방해죄도 신설키로 했다.

개정안은 또 보석 보증금을 낼 수 없는 피고인에 대해 보증인의 출석 보증서를 담보로 법원이 보석을 허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미성년자나 빈곤층 등에 한정돼 있던 국선 변호인 선임을 모든 구속 피고인에게 확대 허용하고 장기간 구속됐다가 무죄로 석방된 경우 신병 구금에 대한 보상 외에 소송비용까지 보상토록 했다.

현재 공무원 직권남용, 가혹행위 등으로 한정된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재정신청 대상도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 공무상 비밀누설, 무고 날조행위 등 11개 범죄로 확대키로 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 형사소송법 개정 찬반주장

법무부가 22일 발표한 형사소송법 및 형법 개정안 내용 가운데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변호인의 신문 개입 금지 △중대범죄 구속기간 연장 △참고인 강제 구인 △사법방해죄 신설 등 크게 4가지다.

재야법조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변호인의 신문 개입 금지 등은 인권보호보다는 수사 편의를 더 중시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물론 법무부는 변호인의 신문 참여 허용과 밤샘조사 금지 등으로 수사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 보완책 마련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근본적으로는 수사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과학적인 수사 체계를 도입해야 하지만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신문 도중에도 피의자 요청으로 변호인 접견과 상담이 가능한데도 ‘신문 대상’이 아닌 변호인이 신문 과정에 일일이 개입하거나 특정 답변을 유도하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것은 수사 절차의 본질을 해친다는 설명이다.

변호인 신문 참여는 강압 가혹행위 등이 있는지 감시함으로써 신문절차의 적법성과 진술의 임의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지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추궁해 범죄 증거를 수집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까지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

자백 위주의 수사를 포기하고 제3자 진술 등을 통해 객관적 증거를 수집, 범죄 전모를 밝히기 위해서는 장기 수사가 불가피한 만큼 중대 범죄 피의자의 구속기간 연장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독일 영국 등의 경우에도 구속 기한에 제한이 없으며 구속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법원이 석방하면 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참고인 강제구인제나 사법방해죄도 증거 수집과 범죄 예방을 위해 도입이 불가피하며 미국 프랑스 등 상당수 국가에서 유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법무부는 전했다.

그러나 재야 법조계 등에서는 인권 강화를 위해 마련된 개정안이 오히려 검찰권을 강화하는 잘못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찬운(朴燦運) 변호사는 “피의자가 신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답변하거나 착오로 잘못 답변하는 경우 등을 막기 위해 변호인 신문 참여가 필요한 것”이라면서 “단지 ‘앉아만’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형사소송법 및 형법 개정안 쟁점 사항 및 입장
개정내용법무부 입장재야 법조계 입장
변호인의 신문 개입 금지신문참여는 절차의 적법성과 진술 임의성 확보하기 위한 것. 신문개입은 수사본질을 해칠 우려가 있음조사 과정의 피의자에게 법률적 조력을 사실상 줄 수 없어 변호인 참여 허용이 무의미해짐
중대범죄 피의자 구속기간 연장밤샘조사 등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수사시간 확보 필요. 전 세계적인 추세장기 구속수사는 인권침해 가능성이 크며 수사편의적 발상
참고인 강제 구인제 피의자 자백에 의존하는 수사관행 탈피하고 객관적 증거수집 위해 불가피수사기관 본연의 임무를 떠넘기는 것으로 인권침해 소지 있고 형벌권 남용
사법방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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