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축구단 주식 학교長 명의 구입권장 가정통신문

  • 입력 2002년 12월 18일 18시 21분


“대구 청소년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며 애향심으로 뭉치게 하는 구심점이 될 대구FC(대구시민프로축구단) 창단 및 시민주 공모에 대한 협조요청이 있어 안내하오니 자녀들에게 꿈을 담은 귀한 선물의 기회를 가지시기를 권합니다. 000학교장”

18일 자녀 편으로 ‘대구시민프로축구단 주식공모 안내문’이라는 ‘고지서’를 받은 학부모들은 “걸핏하면 학부모들에게 손을 벌리는 구태가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20일까지로 돼있는 시민주 공모 참여신청서에는 학생 10주(5만원), 일반(학부모) 20주(10만원)를 권장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 편으로 안내문을 받은 한 학부모는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덥석 주식을 구입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가정통지서를 보내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초등생과 중학생 자녀 편으로 시민주 공모 통지서를 받은 한 학부모는 “자율적인 참여라고 하지만 최소 청약주를 구입하더라도 30만원이나 돼 어이가 없다”며 “온갖 잡부금을 사흘이 멀다하고 학교에 내는데 주식공모까지 학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들은 “대구시와 교육청에서 협조요청을 하는데다 취지를 이해할 수 있어 가정통지문을 보냈다”며 “희망하는 학부모만 신청하면 되므로 강제성은 없다”고 밝혔다.

전교조 대구지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벌이는 프로축구단 주식 강매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전교조는 “축구단 주식공모를 둘러싸고 학교와 학급당 할당금액을 정하는 등 비교육적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시민주를 강매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불법 상거래 행위로 고발하는 등 강력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학부모들이 반발하는 또다른 이유는 주식공모 참가신청의 절차다. ‘주식공모’인데도 배당 등에 관한 설명은 전혀 없이 막연하게 손을 벌리는 행태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주식공모는 불우이웃돕기 성금과는 차원이 다른 것인데도 반 강제적인 모금을 하는 행태는 은근히 학생을 볼모로 여기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입을 모았다.

24일 1차 공모가 끝나는 대구시민프로축구단 주식공모는 18일 현재 41억원 가량이 모여 목표액인 160억원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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