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계룡산 삼신당 철거 논란

  • 입력 2002년 12월 17일 19시 29분


군(軍)이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계룡산 삼신당(三神堂·사진)을 철거하기로 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육군본부는 충남 논산시 두마면 용동리 계룡산 중턱에 있는 삼신당이 무속인들의 기도 장소로 변질되었고 군사보안에도 문제점이 있다며 이 건물의 철거를 요구하는 공문을 지난달 27일 충남도 계룡출장소측에 보냈다.

삼신당은 정원강(鄭元綱·1889-1943) 선생이 천(天) 지(地) 인(人) 사상을 바탕으로 자신이 창시한 신흥종교 성전(聖殿)으로 사용했던 건물. 그는 삼신당에서 신흥종교를 전파하는 한편 독립을 기원하는 의식을 가졌으며 실제로 독립군을 숨겨주고 치료해 주다 발각돼 일본 경찰의 고문으로 숨졌다.

군 당국은 1983년 이 지역에 3군 본부(계룡대)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삼신당을 매입해 관리해 왔으나 무속인들이 몰래 들어와 촛불을 켜놓고 기도하고 군 배치현황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어 보안상 문제가 되자 이번에 철거를 요구하게 된 것.

그러나 신도안 신도향우회와 계룡신도시발전협의회 신도초등학교동문회 등은 “삼신당은 독립운동이 이뤄진 장소인 데다 신흥종교의 상징과도 곳이며 1933년 지어져 근대건축물(한옥기와)로써 문화재적 가치도 높다”며 최근 철거를 반대하는 건의서를 계룡출장소에 제출했다.삼신당 주변에는 칠성각 산신각 정심원 등의 건물도 현존해 있다.

신도안향우회 관계자는 “계룡산 정상의 군 지하벙커를 없애 천황봉을 복원하는 마당에 현존하는 유서 깊은 건물을 철거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오히려 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계룡출장소측도 삼신당을 도지정 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삼신당은 무속인들의 유입으로 인해 보안 및 작전상의 문제가 적지않다”며 “그러나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건물로 판명될 경우 보존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라고 밝혔다.

논산〓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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