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대학도 정치인 처럼 ‘空約?’

  • 입력 2002년 12월 17일 19시 28분


이번 대입 정시모집에서 부산지역 대부분의 사립대는 경쟁률이 하락했으나 동아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16일에는 최재룡(崔在龍·62) 수학·신소재물리학부 교수를 신임 총장으로 선임했고 지난해 매입한 옛 법조청사 부지인 서구 부민동 캠퍼스의 구체적인 이전계획도 발표했다. 동아대는 최근 이처럼 3가지 경사가 겹쳐 다른 대학의 부러움을 살 정도다.

그러나 이런 경사에 도취되어서 그랬는지 동아대는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잊어버린듯 했다.

서구 부민동 캠퍼스에 부산지역 최대 규모의 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 부산시민들과의 약속이다.

동아대가 발표한 서구 부민동 캠퍼스 운영계획을 보면 내년 3월부터 법대 등을 옮기고 문화재로 지정된 옛 경남도청 건물에는 경영대와 사회대 관련 연구소와 특수대학원을 입주시키겠다는 내용만 있을 뿐 박물관 건립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

동아대는 지난해 6월 부산 서구청과 옛 법조청사 인수경쟁을 벌일 당시 “법원건물을 박물관으로 조성해 2만6000여점의 각종 유물을 전시할 계획”이라며 “전국 최대 규모의 대학박물관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시민단체는 “동아대의 용기있는 결정이 부산시민의 문화수준을 높일 것”이라며 환영했고, 이 때문에 언론들도 동아대가 부지를 인수할 수 있도록 측면지원해 서구청의 양보를 받아냈다.

그러나 막상 부지를 인수한 동아대는 지난 5월 태도를 돌변해 “예산 문제로 박물관 건립을 유보하고 장기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을 바꾼 데 이어 이번 계획안에서는 박물관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마저 말바꾸기를 법먹듯이 하는 정치인처럼 약속을 헌신짝 취급한다면 시민들은 이제 누구를 믿어야 하나.

동아대는 박물관 건립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인수경쟁을 벌이던 당시 서구청의 비난처럼 “땅투기를 위해 부지를 매입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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