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그룹 비자금 政官유입…검찰,확인하고도 수사중단

  • 입력 2002년 12월 17일 06시 45분


검찰이 공적자금 비리 수사 과정에서 계좌추적을 통해 보성그룹의 비자금이 정관계 인사들에게 전달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수사를 중단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대검 공적자금비리 합동수사반은 올해 4∼6월 계좌추적을 통해 김호준(金浩準) 전 보성그룹 회장이 2000년 1월 계열사인 나라종금의 퇴출을 막기 위해 정치권에 로비를 벌이는 과정에서 비자금 10억원을 10만원권 수표 1만장으로 바꿔 정관계 인사 6, 7명에게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

본보 취재팀이 검찰 수사기록을 확인한 결과 수표 1만장 가운데 5000만원은 서울시 고위직을 지낸 정치인 K씨에게 전달됐으며 280만원은 정보기관 책임자를 지낸 또 다른 K씨, 1000만원가량은 사정기관 총수를 지낸 또 다른 K씨에게 전달됐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계좌에서 흘러나온 10만원권 수표 가운데 5장은 H은행 지점 2곳을 거친 뒤 2000년 2월 청와대 직원에게 흘러들어간 사실도 확인했다.

또 여야 일부 정치인에게도 이 수표 가운데 일부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나라종금 계열사가 조성한 비자금 30억원이 입금된 J은행 차명계좌에서 10억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H은행 모 지점 차명계좌를 통해 10만원권 수표 1만장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했다.

수표 1만장 가운데 5000장은 2000년 1월6일, 나머지 5000장은 그 다음날 인출됐으며 김 전 회장은 이 가운데 일부를 같은해 2월 말까지 정관계 인사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5000만원을 받은 전 서울시 고위 인사 K씨는 김 전 회장의 고등학교 및 대학교 후배로 나라종금 퇴출 저지를 위한 로비스트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여권 실세 의원들과 김 전 회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보기관 책임자 출신 K씨에게 전달된 280만원은 당시 그가 입원해 있던 서울 모 병원 입원비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했다.

또 사정기관 총수 출신 K씨는 안상태(安相泰·구속기소) 전 나라종금 대표를 통해 1000만원가량을 받았지만 돈의 성격이 대가성이 없는 ‘떡값’이었던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확인됐다.

김 전 회장의 비자금 추적을 전담한 공적자금비리 합동수사반 주임검사는 올 6월13일 김 전 회장을 구속한 뒤 비자금 사용처 조사를 하던 중 대검 중수부의 ‘이용호 게이트’ 수사를 돕기 위해 파견을 나갔으며 그 직후 이 사건 관련 수사가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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