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프로야구]“승엽 형처럼 최선을 다할거예요”

  • 입력 2002년 12월 11일 20시 39분


“어, 진짜 승엽이 형이네.”

10일 오후 영남대 국제관 강당. ‘야구왕’ 이승엽(李承燁·26) 선수와 만나기 위해 모인 대구지역 중학생 300여명은 유니폼 대신 짙은 롱코트를 입고 들어서는 이 선수를 보며 “진짜 왔다”며 함성을 질렀다. 한 학생은 ‘비장한’ 표정으로 “반드시 사인을 받아야 한다”며 이 선수를 막아서기도 했다.

이 선수는 이날 ‘우리들의 소중한 꿈★ 그 홈런을 위하여’를 주제로 강연 하기 위해 중학생들과 만난 것. 영남대 사범대학이 청소년 교육프로그램으로 진행해온 ‘멘토링(mentoring·가르침)’ 학습의 한가지 행사로 마련됐다.

‘멘토링’은 책임감 있는 성인이 청소년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 교육. 청소년들의 욕구를 상담하고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이다. 영남대 사범대는 올해 처음으로 대구 수성구 지역 중학생을 대상으로 이같은 멘토링 교육을 시작했다.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는 앞만 보고 달려라. 비록 실패하더라도 열심히 했다면 후회할 필요가 없다. 이 형도 남들이 모르는 많은 고민과 실패를 했지만 용기를 가지고 더 열심히 했다.” 이 선수의 다정한 목소리가 강당에 꽉 찼고 학생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1시간동안 이 선수의 이야기를 듣고난 이상범(李商範·15·덕원중 2년)군은 “승엽이 형도 사람들이 모르는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 야구왕이 된 것을 알고 가슴이 뭉클했다”며 “편하게 생활하는 내 자신을 돌아보고 목표를 향해 열심히 공부해서 내 인생의 홈런을 멋지게 한방 날리고 싶다”고 좋아했다.

9월부터 3개월 동안 대구 시지중에서 학생들과 멘토링을 했던 이현정(李賢正·23·영어교육 4년)씨는 “청소년들은 어른들이 모르는 고민을 의외로 많이 가지고 있었다”며 “오늘처럼 아이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내면을 드러낼 수 있는 통로를 많이 마련해주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강연을 마친 이 선수는 “600개의 눈이 응시하는 가운데 이야기를 하니 야구장에 섰을 때보다 더 떨렸다”며 “청소년들이 살아갈 방향은 각자 다르겠지만 모두 꿈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멘토링 프로그램을 도입한 영남대 학교교육연구소 이길영(李吉永·영어교육과 교수) 소장은 “청소년들이 대학생 형이나 누나와 인격적인 관계를 맺으며 교감(交感)‘하면 학습효과도 높아진다”며 “내년에도 이같은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펼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산〓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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