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는 포장일뿐…" 후보들 광고-캐릭터 통해 감성호소

  • 입력 2002년 12월 11일 18시 22분


대통령 선거 운동 양상이 과거의 대규모 군중집회보다는 미디어를 통한 ‘이미지’ 선전쪽으로 초점을 맞추면서 후보들의 ‘실체’는 사라지고 ‘포장된 이미지’만 부각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거전이 TV와 영상매체에 치우치면서 후보의 꾸며진 ‘이미지’만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며 “각 후보의 전략도 유권자들의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쪽으로 편향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지 포장’〓민주당 TV 광고 1탄 ‘노무현의 눈물’ 편은 통일축구의 한 장면에 이어 흑백화면을 통해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클로즈업해 시청자들의 ‘감정선’을 자극하고 있다.

또 기타 치는 모습도 광고로 방영하고 있다. 광고 전문가들은 “흑백사진은 386세대의 향수를, 기타 치는 모습은 대선 직전 개봉되는 ‘피아노 치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오버랩(연상작용) 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당초 ‘과격하다’는 평가를 받은 노 후보는 각종 홍보물에서 미소를 짓고 부드러운 단어를 사용하는 후보로 ‘변신’했다.

한나라당측은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이미지 개념을 ‘편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물’로 잡아 안정을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힙합차림의 이 후보 만화캐릭터를 대거 선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제 모습(사진)이 아닌 캐릭터를 등장시킨 것은 종전 이미지와 차별화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 후보의 사진 20여장으로 구성된 ‘포토에세이’ 편은 학생, 직장 여성 등 젊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주로 담았다.

전문가들은 “젊은 사람을 배경으로 삼은 것은 후보의 나이를 상쇄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디어 선거의 허실〓미디어 선거는 ‘저비용 고효율의 안방 정치’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박창희(朴昶熙) 교수는 “TV 매체는 시청자들을 ‘이미지’의 허구성에 매몰되게 만든다”며 “후보 진영들도 이런 매체의 속성을 이용, 이미지 포장에 과도하게 치중하는 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광주대 언론광고학부 류한호(柳漢虎) 교수는 “실체를 가린 이미지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유권자들이 좀 더 비판적으로 후보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9일까지 열린 언론기관의 후보 초청 대담 및 토론회는 공중파 방송과 케이블 TV 채널을 합해 82회에 달한다.

이에 따라 각 당은 전체 선거비용의 3분의 1 이상을 미디어 선거에 할당하고 ‘이미지 메이킹’ 전담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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