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는 사랑입니다” 서울 대원고 5명 ‘남다른 우정’

  • 입력 2002년 12월 6일 18시 29분


3년간 휠체어를 탄 고교생 남민군(가운데)을 교실까지 데려다 준 친구들. 왼쪽부터 이형민 박재완 김진성 김두회군. 원대연기자
3년간 휠체어를 탄 고교생 남민군(가운데)을 교실까지 데려다 준 친구들. 왼쪽부터 이형민 박재완 김진성 김두회군. 원대연기자
지난 여름 비가 쏟아지던 아침.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대원고 3학년 남민(南敏)군은 비옷을 입고 전동 휠체어로 등굣길에 올랐다. 서울 광진구 중곡동 대원고 정문 앞의 가파른 경사길을 오르던 남군은 갑자기 전동 휠체어의 배터리가 나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남군은 휴대전화로 자신의 ‘친구들’을 불렀다. 친구들은 우산도 쓰지않은 채 나타나 100㎏에 육박하는 전동 휠체어를 밀고 당기며 남군을 4층 교실까지 데려다 주었다. 온몸은 비와 땀으로 범벅이 됐다. ‘친구들’은 같은 학교 3학년 김진성(金珍成) 박재완(朴宰完) 이형민(李炯旻) 김두회(金斗會)군.

이들은 남군을 2년 동안 하루도 빠짐 없이 교실까지 들어 옮겼다. 지난해 3월 2학년이 되면서 남군의 교실이 1층에서 3층으로 바뀌어 더욱 힘이 들었지만 4명의 친구들은 3학년이 된 지금도 남군을 계속 도와주고 있다.

남군이 교통사고로 척추신경이 마비돼 허리 아래를 쓰지 못한 것은 4세 때. 3년을 병원신세를 졌다. 병원에서도 퇴원할 때 “남군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란 얘기를 했다. 그러나 남군은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과 강한 의지로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잘 자랐고 친구들과 잘 어울렸다.

매일 오전 7시반과 방과 후 잠이 모자라거나 힘들어도 어김없이 남군을 도와준 친구들은 남군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면 도와주지 않을 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 고3이면 잠이 많이 모자라잖아요. 등교시간보다 10분 일찍 나와 민이를 올려다 주는 것이 귀찮을 때도 있지만 착한 민이의 미소를 보면 어쩔 수가 없어요.”(김진성)

“사람인데 귀찮지 않을 수가 있나요. 하지만 제가 안 나가면 다른 친구들이 힘들고 민이는 더더욱 힘듭니다.”(이형민)

진성군은 2학년 2학기 때부터 학생회장을 지냈으며 다른 친구들도 모두 서울의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모범생들이다. 5명의 친구들은 “모두 원하는 대학에 가서 졸업 후에도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군은 신학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꿈이다. 물론 자기를 도와준 친구들의 은혜도 갚고 싶다고 했다. 대원고는 내년 2월에 있을 졸업식에서 4명의 친구들에게 ‘특별봉사상’을 수여할 계획이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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