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쓰레기 치우고 사랑 전하는 ‘우리 동장님’

  • 입력 2002년 12월 1일 20시 17분


인천 남동구 간석3동 주민들은 동장(洞長) 김계애씨(金癸愛·47·여)를 ‘억척 동장’이라고 부른다.

김씨가 2001년 1월 동장으로 부임한 직후 이 동네에는 한바탕 소동이 생겼다. 김씨가 경찰의 협조를 받아 파출소 순찰차를 타고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쓰레기와의 전쟁’을 벌였기 때문.

남동구에서 주민이 3만4000여명으로 가장 많은 간석3동에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 1129명이 살고 있다. 생활형편이 어려운 주민 일부는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지 않고 슬쩍 내다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상습 무단투기 지역이 20여곳에 달했고 매일 5t의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

김씨는 동네의 역사와 쓰레기 배출 방법, 환경의 중요성 등을 설명한 책자 ‘우리동네 길라잡이’ 1만2000부를 찍어 각 가정에 돌렸다. 또 주민 130명을 ‘우리동네 환경지킴이’로 임명해 쓰레기 무단 투기를 감시하고 스스로 동네를 청소하도록 유도했다. 이런 노력으로 올 초부터 쓰레기 무단 투기가 사라졌다.

주민 이은심씨(50)는 “처음엔 일부에서 ‘동장 때문에 동네 인심만 사나워졌다’고 비난하기도 했다”며 “김 동장이 부임한 이후 동네가 몰라 볼 정도로 깨끗해졌다”고 말했다.

생활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주민들이 많지만 이 곳에는 이웃 간의 온정도 살아 있다.

간석3동에서 ‘아름다운 약국’을 운영하는 이명우씨(50)는 불우이웃을 돕는데 써 달라며 2000년 12월부터 매달 100만원씩을 동사무소로 보내오고 있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것으로만 알려진 한 40대 주민은 1년 전부터 매달 동사무소 앞마당에 10㎏짜리 쌀 10포대를 놓고 사라진다.

동사무소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은 남동구 도림동과 장수동의 휴경지 1200여평에서 직접 재배한 배추 무 고추 파 등으로 지난달 22일 4000포기의 김장을 담가 혼자 사는 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에게 나눠줬다.

동장 김씨는 또 5월부터 ‘불법 광고물과의 전쟁’도 벌이고 있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어김없이 김씨와 동사무소 직원들이 벽과 전봇대 등에 어지럽게 붙은 불법 광고물들을 떼어낸다.

동사무소 직원 유영도씨(36)는 “동장이 자청해 동사무소 근무를 고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민들의 취업을 돕기 위한 방안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10월 15일 열린 인천시민의 날 기념식 때 ‘민주 공무원상’을 받았다. 그는 이 때 포상금으로 받은 100만원 전액을 나환자촌에 기부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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