健保 내년 흑자 차질 국민부담만 더 는다

  • 입력 2002년 11월 18일 18시 23분


의료수가와 건강보험료 조정이 늦어져 당기수지 흑자를 목표로 했던 정부의 내년도 건강보험 재정운용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는 근본적으로 정부의 정책판단 잘못에 따른 것으로 의약분업 추진과정에서 생긴 것인데 이를 의료수가 삭감과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메우려고 해 의약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면서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어려운 재정 여건〓9월 말 현재 건강보험 재정은 수입(10조7593억원)보다 지출(10조8904억원)이 많아 131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동안의 누적 적자는 1조9420억원으로 연말까지는 당초 예상보다 20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5월 말 발표한 ‘건강보험 재정안정 대책’에 따라 올 초에 보험료를 9% 올리려 했으나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반대로 인상시기가 2개월 늦어졌기 때문.

또 일정 기준 이상의 약값은 환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참조가격제를 의료계와 제약업계의 반발로 연내에 시행하지 못하게 돼 이에 따른 재정 절감 효과를 기대하지 못하게 됐다.

복지부는 당기 및 누적 적자를 메우기 위해 금융권에서 지금까지 총 15조3000억원가량의 기업어음을 발행했고 현재 1조7000억원을 갚지 못하고 있다. 지불한 이자만 1044억원에 이른다.

적자 규모가 늘어나면 결국 국고 투입액을 늘리거나 건강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어 결국 국민이 그 부담을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조율 차질〓정부는 당초 내년에 당기 적자에서 벗어나고 그 이후 계속 누적 적자를 해소해 2006년부터는 흑자로 건강보험 재정을 운용할 계획이었다.

이렇게 하려면 해마다 국민이 부담하는 보험료를 8∼9% 올리고 병의원과 약국에 지불하는 의료수가는 물가 상승분(최대 3%)만큼만 올려야 한다.

그러나 의료수가의 경우 공단측(7.6% 인하)과 의약계(19.8% 인상)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법정기한인 15일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적용될 보험료율 인상도 늦어지게 됐다.

인상률 결정이 1개월 늦어지면 보험료 수입은 830억∼1000억원의 손실이 생기게 된다는 것.

이에 대해 의료계는 “정부가 의약분업에 따라 진료 원가를 보전해 준다며 의료수가를 인상한 뒤 적자가 발생하자 진료비 삭감으로 이를 해결하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반대로 “국고 투입, 보험료 인상, 참조가격제 시행은 결국 국민 부담을 늘리게 된다”며 “의사를 달래기 위해 지나치게 높게 인상한 수가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상근기자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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