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강도사건]軍 수사협조요청 묵살로 ‘미궁’ 빠질뻔

  • 입력 2002년 10월 27일 22시 40분


경기 포천군 농협 총기강도 사건은 군 당국의 수사 비협조로 인해 자칫 미궁에 빠질 뻔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당초 전 상사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군 당국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군은 전 상사가 혐의를 부인하자 별다른 조치 없이 다른 곳으로 8주간의 교육까지 보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흡한 군경 합동수사〓경찰은 사건 직후 전 상사가 강원 철원군 동송읍의 모 렌터카에서 범행에 쓰인 2003년식 흰색 EF쏘나타를 빌린 사실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조사를 군 당국에 의뢰했다.

그러나 해당 지역 군 헌병대는 전 상사가 “사건 당일 오전에는 집에 있었고 오후엔 교육신고를 하기 위해 부대에 있었다”고 진술하자 이를 믿고 아예 그를 용의선상에서 제외시켰다는 것. 이에 따라 전 상사는 14일부터 전남 장성으로 교육을 받으러 떠났다.

경찰은 그동안 포천군 일대의 지리에 밝은 군 관련 인물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여 왔으나 군 당국의 비협조로 수사에 애를 먹었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점이 있어 조사를 하려 해도 군이 제대로 응하지 않았고 군 자체 수사 내용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어떻게 잡았나〓경찰은 전 상사에 대해 군이 ‘무혐의’라고 통보하자 전 상사가 범행 당일 농협 인근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실과 부인과의 불화, 금전적 문제 등의 조사 결과를 알려주며 군에 재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군은 폐쇄회로(CC)TV 녹화 내용이 방송으로 나간 뒤 범인의 체격이 전 상사와 비슷하다는 제보가 들어오자 전 상사의 행적을 추적해 심증을 굳혔다. 군은 전 상사가 교육 중인 점을 감안해 검거에 신중을 기하다 주말을 맞아 일시 귀가하자 연행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허술한 총기 관리〓전 상사는 범행 전날인 10일 오후 “총기를 닦아야 한다”며 자신의 부대 내 총기함에서 K1소총을 꺼내 미리 빌린 렌터카에 싣고 부대를 빠져나갔으나 이 과정에서 검문이나 제지를 전혀 받지 않았다.

또 사건 당일 오후 언론을 통해 이 사건이 크게 보도된 후인 오후 8시45분에 전 상사가 다시 총기를 제자리에 가져다 놨으나 이 역시 체크되지 않았다.

▽공범은 없나〓전 상사는 자신의 단독 범행임을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은 30여명에 이르는 목격자 조사 결과와 범행에 쓰인 복면과 운동화 등에서 3명의 유전자가 검출됨에 따라 2명의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특히 경찰은 범행 당일 전 상사가 만난 인물들이 모두 현역 군인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포천〓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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