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핼러윈을 알아?”강남 유치원 등 핼러윈 열풍

  • 입력 2002년 10월 22일 18시 52분


남매를 둔 주부 김모씨(32·서울 서초구 잠원동)는 딸(3)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핼러윈 파티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걱정이 앞섰다. 핼러윈은 마귀 유령 등으로 보이게끔 독특한 의상을 입고 벌이는 미국 어린이의 축제. 따라서 마땅한 의상을 어디서 구할지 고민이었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계 C대형할인매장에 가자 핼러윈 의상이 수북이 쌓여있었던 것.

10월 31일 벌어지는 핼러윈이 ‘밸런타인데이’에 이어 대표적인 ‘외래 축제’로 확산되고 있다.

대부분의 영어유치원은 핼러윈 파티를 준비하느라 부산하다. 서울의 상당수 호텔과 레스토랑들도 각종 유령의상과 호박 등으로 내부를 장식하며 ‘핼러윈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핼러윈 관련 인터넷쇼핑몰을 낸 이성석씨(46)는 “96년부터 매출이 매년 2배 이상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과 레스토랑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서 해적, 악마 의상을 비롯한 ‘야광뼈’, ‘엉덩이’ 등의 소품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

서울 강남의 P유치원 관계자는 “학부모들에게 어린이 의상을 준비해 줄 것을 부탁했다”며 “핼러윈 당일 주변 상가에 사탕을 갖다 놓고 어린이들이 핼러윈 의상을 입고 오면 나눠 줄 것을 부탁해 놓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문화사대주의’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숙명여대 원격유아교육정보대학원 심숙영(沈叔英) 교수는 “동짓날 팥죽을 먹는 다는 것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핼러윈부터 가르치는 것은 곤란하다”며 “고유문화보다 외국문화 소개에 열을 올리는 풍토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핼러윈▼

죽음의 신을 찬양하는 고대 켈트인의 의식에 뿌리를 둔 미국 어린이들의 놀이축제. 매년 10월 31일 가장(假裝) 파티를 열고 밤이 되면 각종 의상을 입은 어린이들이 이웃을 방문해 ‘과자를 주지 않으면 장난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초콜릿과 사탕을 얻어간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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