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교 신체검사 축소 안된다

  • 입력 2002년 10월 21일 18시 43분


교육인적자원부가 현재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매년 한 차례씩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학교 신체검사를 3년마다 한 번씩 하도록 학교보건법을 개정한다니 어이가 없다. 예산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신체검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일이지 횟수를 3분의 1로 축소하는 것은 올바른 대책이 될 수 없다. 원인은 따로 있는데 엉뚱한 데서 해결책을 찾는 격이다.

1950년에 제정된 현행법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루 날을 잡아 학교의사로 위촉된 한두 명이 전교생의 영양상태부터 구강 정신장애까지 28개 종목을 ‘일제 검사’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렇다고 해서 의사가 지금처럼 일부 학생들만 진찰하거나, 몇몇 교사들이 검사하지도 않은 항목을 건강기록부 기록만을 위해 ‘정상’으로 써넣는 등 편법을 쓰는 것도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미래를 생각하는 교육 보건당국으로서 할 일이 못 된다.

교육부측은 이렇게 형식적인 신체검사를 하느니 3년에 한 번이라도 현행 고교 1년생처럼 건강진단 의료기관에서 체질검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 낫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그러나 현재의 무성의한 방식이라면 3년에 한 번이라고 해서 제대로 실시된다는 보장이 없다. 더구나 한창 자라나는 어린이 청소년들의 성장장애나 충치, 신장병 등 성장기 질환은 제때 발견하지 못하고 조기 치료 기회를 놓칠 우려도 크다.

학교 신체검사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질병을 예방하며 이에 따른 적절한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몇 푼의 돈과 행정 편의를 위해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 충분한 예산을 책정해 정확한 검사를 받도록 발상을 전환하거나, 지역 병의원과 연계해 편한 시기에 검진을 받되 본인 부담금 중 일부를 예산에서 보조하는 방법, 건강보험의 피부양자 건강검진 대상에 초중고교생을 포함시키는 등의 다각적인 개선책을 강구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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