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재개발 현장을 가다]<3>외국사례

  • 입력 2002년 9월 30일 17시 30분


1960'70년대 미국 빈민가의 대표적인 상징이었던 뉴욕시 맨해튼 할렘가의 최근 전경. - 동아일보 자료사진
1960'70년대 미국 빈민가의 대표적인 상징이었던 뉴욕시 맨해튼 할렘가의 최근 전경. - 동아일보 자료사진
주택재개발에 있어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가장 큰 차이는 재개발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다르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주택재개발은 불량 노후주택을 헐고 아파트를 새로 짓는 ‘물리적 환경개선’을 주로 의미하지만 선진국의 재개발 지역은 주민의 ‘사회 경제적 환경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선진국은 또 중앙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민간 재개발 주체에 보조금을 지급, 공원 도로 등 공공재 성격의 도시기반 시설을 갖추게함으로써 삶의 질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도 우리와 다른 점이다.선진국의 재개발 유형을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

- ①지지부진한 사업 현주소
- ②서울시 구상과 대안은…

▽종합적인 지역사회개발〓1970년대 초반부터 미국 영국 등 선진국 도시에서 시작된 재개발 프로그램으로 주민의 사회 경제적 환경 개선이 강조된 것. 재개발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빈곤과 열악한 주거환경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종합 지역사회개발 프로그램’이다.

미국은 1970년대 중반 이후 뉴욕시의 할렘을 비롯해 디트로이트시, 클리블랜드시 등 대도시의 슬럼가에 직업훈련센터, 마약중독자 상담소, 자퇴학생 상담소 등을 마련해 주민의 자활능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생활안정과 주거환경 개선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중앙대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하승규(河昇圭) 교수는 “우리나라는 재개발 후 원주민의 재입주 비율이 50%를 넘지 못하는 등 원주민의 주거환경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며 “저소득층 주거안정이라는 재개발 본래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싹 밀고 다시 짓는 식’의 재개발을 지양하고 주민과 지역의 여건을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부문의 재개발 지원〓정부가 재개발 주체에 보조금을 지원해 민간 재개발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으로 일본 도쿄(東京)시의 중앙에 위치한 미나토(港)구 록본기(六本木) 지역의 ‘1종 시가지 재개발 사업’ 지구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노후화된 주택단지를 헐고 조성된 3만3000여평의 부지에는 내년 초 완공을 목표로 주거지와 사무실, 호텔, 문화시설 등이 어우러진 신(新) 시가지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가 시작된 1995년부터 정부가 지금까지 도로 공원 등 공공시설을 건설하는데 지원한 보조금 규모는 818억엔. 재개발 총 사업비(2700억엔)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큰 액수다.

대한주택공사 유상오(兪常N) 도시개발사업단 연구부장은 “우리는 재개발 구역내 공공시설 건설 비용을 조합측이 부담하도록 돼 있지만 일본은 정부 등 공공부문이 민간 재개발에 직접 참여해 지원함으로써 난관을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재개발〓미국 동부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시의 소사이어티 힐(Society Hill) 지역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지역은 1790∼1800년 미국의 수도였던 필라델피아시의 역사성을 잘 반영한 재개발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60년대 초반까지 쇠락한 주택단지(7000여평)였던 이곳에는 현재 고풍스런 아파트 103세대가 들어서 있는데, 필라델피아시의 옛 건물에 주로 사용된 빨간색 벽돌로 집을 짓고 층수도 3층 이하로 제한해 2층 높이인 구시가지 건물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성균관대 임창복(任昌福·건축학) 교수는 “선진국은 재개발 사업시 주변 환경과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강북 재개발도 단독주택지에 ‘돌출 아파트’를 양산한 과거식의 재개발이 되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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