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전재산 기부 ‘아름다운 황혼’

  • 입력 2002년 9월 27일 18시 10분


배순태씨
▼老마도로스의 70억▼

바다에서 한평생을 보낸 ‘마도로스(선원)’ 출신의 70대 노인이 70억원대 땅을 해양분야의 후진 양성을 위해 대학에 기증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해양대는 27일 일제강점시 선원훈련기관인 진해고등해원양성소를 졸업한 국내 해운개척 세대인 배순태씨(78)가 평생 모은 재산으로 구입한 경기 양평군 소재 임야 15만2900평(시가 70억원 상당)을 기증했다고 밝혔다.

이 임야는 도로 등 기반시설이 확충될 경우 15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대학측은 밝혔다.

배씨는 진해고등해원양성소를 졸업한 뒤 20대 때부터 30여년간 선원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80년대 초 노후를 대비해 이 땅을 구입, 직접 잣나무 등을 재배해오다 해양분야 후진을 위해 쓰였으면 하는 바람에서 한국해양대에 기증하기로 결심했다는 것.

대학측은 이 땅을 재단법인 학술진흥회의 기본재산에 편입해 교육사업에 쓰기로 했다.

배씨는 “어렵게 선원생활을 했던 과거를 생각하며 우리나라가 해운강국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독신할머니 10억▼

윤정혜씨

80대 할머니가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써달라며 평생 모은 전 재산을 대학교 장학재단에 기부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가톨릭대는 윤정혜(尹貞惠·82) 할머니가 평생 모은 전 재산 10억여원 상당의 건물과 예금통장을 학교에다 사후(死後)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돈도 제대로 쓰는데 주어야지. 아무데나 주면 버리는 것만 못해.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알뜰하게 써준다니 오히려 내가 고맙지.”

홀아버지 밑에서 7남매와 함께 자랐던 윤 할머니는 한때 수녀가 되고 싶었지만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현실 때문에 꿈을 접어야만 했다. 그는 6·25전쟁 후 헌집을 사들여 수리한 뒤 되파는 일을 생업으로 한푼 두푼 재산을 모았다.

“사회를 위해 무슨 일을 해야겠다고 늘 생각했지만 뭘 해야 하는 건지 알아야지. 고민하다 시신과 유산을 대학에 기부했다는 한 할머니의 얘기를 듣고 유산으로 고민하기 보다는 바른 인재 양성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쓰기로 결정했지.”

평생 미혼으로 살아온 윤 할머니는 수녀원이 운영하는 경기 용인시의 한 양로원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고 있다.

가톨릭대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학교 총장실에서 기부식을 갖고 윤 할머니에게 보답차원에서 각종 의료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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