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파견근무 민간인 보직주면 위법”행자부 뒤늦은 제동

  • 입력 2002년 9월 25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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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 오춘식(吳春植·46) 투자유치과장은 25일 도의회에 출석해 추경예산안 심사를 받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삼성테크윈 부장으로 재직하다 2000년 8월 경남도에 파견된 그는 그동안 자신의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공무원과 다름없는 역할을 해왔다. 그에게 맡겨진 임무는 국내외 투자유치에 관한 계획 수립과 시행, 외국인 투자지역의 관리, 투자자 면담 등이며 업무추진비와 출장여비는 경남도에서 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행정자치부가 경남도에 공문을 보내 ‘민간인을 파견받아 근무시킬 수 있으나 직제상의 직위를 부여하는 것은 관련 법률에 위배되므로 시정하라’고 지시해 오 과장은 회사로 돌아가야 할 처지가 됐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에 관한 규정’ 등에 따르면 투자유치과장은 지방서기관(4급)이나 지방전임 계약직 등 공무원으로 임명하도록 돼 있다.

경남도는 국내외 자본의 효율적인 유치 등을 이유로 98년 처음으로 삼성항공 부장이던 이모씨를 투자유치과장에 발령했으며 오 과장은 이씨의 후임으로 임용됐다.

경남도의 한 관계자는 “기업체 출신이 투자유치 업무를 잘 수행해 오 과장에게 내년 8월말까지 근무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오 과장의 거취 등을 행자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민선 3기 출범과 함께 경남도의 경우를 본받아 투자유치심의관과 투자진흥과장에 포스코 출신 2명을 임용한 전남도 역시 행자부로부터 같은 공문을 받고 고민 중이다. 또 광주시 등 다른 자치단체들의 민간인 영입 계획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이와 관련해 행자부가 4년간 공무원 인사 관련 규정을 어긴 경남도를 그대로 놔두다가 뒤늦게 문제삼은 것을 두고 ‘원칙 없는’ 처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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