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 전학년 7차교육과정 적용]무엇이 달라졌나

  • 입력 2002년 9월 18일 18시 15분


제7차 교육과정이 초등학교 전 학년에 도입되면서 학교 교실의 수업 모습이 크게 바뀌고 있다. - 권주훈기자
제7차 교육과정이 초등학교 전 학년에 도입되면서 학교 교실의 수업 모습이 크게 바뀌고 있다. - 권주훈기자
18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3동 안평초등학교 2학년 2반 교실.

학생 30여명과 담임교사가 컴퓨터와 연결된 대형 프로젝션 TV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각자 율동을 하던 아이들은 노랫말에 따라 모두 동작을 멈추고 즐거운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음악 수업인지, 체육 수업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이 수업은 ‘즐거운 생활’ 과목의 ‘오뚝이처럼’이란 단원. 학생들은 이 단원에서 종이로 오뚝이 만들기를 비롯해 오뚝이와 관련된 노래부르기, 오뚝이처럼 균형잡기 등 미술, 음악, 체육을 망라한 다양하고 재미있는 수업을 하고 있다.

오송숙 교사(39)는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학생의 적극적 참여와 체험을 강조한다”며 “특히 저학년은 교육활동 주제를 통합교과 방식으로 조정된다”고 말했다.

교사의 재량에 따라 수학 수업에 음악적 요소를 도입하거나 국어 수업을 미술과 접목시켜 진행하는 것도 권장하고 있다.

이소라양(8)은 “학교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재미있게 놀면서 공부를 한다”며 “집보다 학교가 훨씬 재미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제7차 교육과정이 초등학교 전학년에 적용되면서 교육 내용과 교실의 모습도 크게 달라졌다. 그러나 아직도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공부를 제대로 안 시키는 것 같다”고 불평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서울시교육청 최재광 장학사는 “학부모들이 전화를 걸어 ‘우리 아이 선생님은 교과서 진도도 안 마치는 등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 같다’고 항의하기도 한다”며 “제7차 교육과정의 특징을 잘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오해”라고 말했다.

▼융통성 있는 교과운영▼

제7차 교육과정은 초등 1학년부터 고교 1학년까지 10년간을 ‘국민공통기본교육’ 기간으로 설정했다. 즉, 이것만 배우면 국민으로서 배워야 할 기본적인 내용은 다 배운다는 뜻이다.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은 교과, 재량활동, 특별활동 등 3개 영역으로 나뉘며 교과 구조를 1, 2학년은 5, 6개 교과 △3, 4학년은 9개 교과 △5, 6학년은 10개 교과로 편성했다. 학기별로 16일씩을 ‘융통성 있는 교육과정 운영일’로 정해 교과의 심화보충이나 재량활동, 특별활동 시간으로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학생의 필요와 능력, 적성 등에 따른 개인차를 최대한 고려해 학생 개개인의 성장 잠재력과 교육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수준별 교육과정을 도입한 것도 큰 특징 가운데 하나.

자기주도적인 창의적 학습을 강조하기 때문에 교사가 내주는 숙제의 양은 전보다 줄었지만 수준이 높아져 부모가 자녀의 숙제를 도와주는 것도 만만치 않다.

학교에서는 종합평가나 형성평가 등을 통해 수시로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파악한 뒤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학생은 별도의 반편성을 하거나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 방과후나 방학 동안 보충수업을 실시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보내는 통지문 등을 통해 자녀가 어느 부분에서 학습이 부족한 지를 파악해 그때 그때 보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교과서의 심화영역은 일정 수준의 학습 능력이 있는 학생만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교육자료 확대▼

학습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업시간에 교과서 이외의 자료도 얼마든지 사용될 수 있다.

신문, 방송, 인터넷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콘텐츠 역시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교육자료로 활용된다.

수준별 학습과 학생의 흥미를 고려해 때로는 담당교사가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학습자료와 활동에서 벗어나 얼마든지 학습 내용을 재구성할 수 있다.

국어의 경우 1∼3학년은 ‘말하기·듣기’ ‘읽기’ ‘쓰기’ 등 3개 교과서로, 4∼6학년은 ‘말하기·듣기·쓰기’ ‘읽기’의 2개 교과서로 나뉜다.

교과서별로 ‘대단원(마당)’과 2개의 ‘소단원’, ‘한 걸음 더’, ‘쉼터’ 등으로 이뤄져 있다.

수학은 과정을 익힌 뒤 ‘잘 공부했는지 알아보기’의 결과에 따라 이해가 부족한 학생들은 보충과정인 ‘다시 알아보기’로 가서 공부하고 요구 수준에 도달한 학생은 ‘좀더 알아보기 및 실생활에 적용하기’로 가서 공부한다.

안평초등학교 심강룡(沈康龍) 교장은 “중요한 것은 ‘교과서에 나온 제재를 다 배웠느냐’가 아니라 ‘단원의 학습목표를 어느 정도 성취했느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량활동 강화▼

재량활동은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활동을 촉진하고 학교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교육과정 편성·운영을 보장하기 위한 것. 재량시간은 교과 재량활동과 창의적 재량활동으로 구분하며 주당 2시간 이상 운영해야 한다.

재량활동은 주당 평균 2시간씩 운영하거나 1주일에 2시간을 통합 편성, 4시간 이상 전일제 운영 등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다. 통합편성이나 전일제 운영은 다양한 교육활동을 집중 운영하는 데 효과적이다.

재량활동은 교사의 지도가 원칙이지만 주제에 따라 특수한 활동 주제는 학부모나 지역사회 인사의 도움을 받아 운영할 수 있다.

제7차 교육과정 초등학교 수업 편제
국민 공통 기본 교육과정비고
교과초등 3학년∼고교1학년국어 도덕 사회 수학 과학 실과(기술 가정) 체육 음악 미술 외국어(영어)고교는 선택중심 교육과정 운영
초등 1,2학년국어, 수학,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 우리들은 1학년
재량활동교과 재량활동국민공통기본교과의 심화 보충학습중학교, 고교에서 운영
선택과목 학습
창의적 재량활동범 교과 학습초등학교에서 운영
자기 주도적 학습
특별활동자치활동협의 활동, 역할분담 활동, 민주시민 활동학교 실정에 맞게 5개 영역을 균형있게 운영
적응활동기본생활 습관 형성 활동, 친교활동, 상담활동, 진로활동,정체성 확립 활동
계발활동상설, 비상설 프로그램
봉사활동일손돕기 활동, 캠페인 활동, 환경시설 보전 활동, 위문활동 등
행사활동의식 행사 활동, 수련 활동, 보건 체육행사, 학예 행사, 교류 활동

초등학교 수업시간 배당 기준
구분과목1학년2학년3학년4학년5학년6학년
교과국어210238238204204204
도덕  34343434
사회  102102102102
수학120136136136136136
과학  102102102102
실과    6868
체육  102102102102
음악  68686868
미술  68686868
외국어(영어)  34346868
바른생활6068    
슬기로운생활90102    
즐거운 생활180204    
우리들은 1학년80     
재량활동606868686868
특별활동303434686868
연간수업시간수83085098698610881088

(*국민공통 기본교육 기간에 이수해야 할 연간 최소 수업시간수로 학교 실정에 맞게 조정 가능.)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학부모 인식전환 필요하다…석차 무의미 과정 중시하라▼

김정석 서울 안평초등학교 교무부장

초등학교에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된 지 벌써 3년째이고 지금은 초등학교 전 학년에 적용되고 있다.

요즘 학부모로부터 “교과서를 다 배우지 않았어요” “우리 아이가 몇 등이나 하는 지 모르겠어요” 하는 등의 소리를 들을 때가 많다.

급격하게 변하는 교실 환경과 삶의 질의 변화에 따라 아이들의 몸과 마음도 크게 변했다. 아울러 교사도 여러 가지 면에서 바뀌지 않으면 교단에 설 수 없을 만큼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의 학교 교육활동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과거의 경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교과서에 대한 것이다. 교과서는 반드시 학교에서 모든 진도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의외로 많다. 이는 학부모들이 제7차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개개인의 능력에 따른 선택학습을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

이제 교과서를 보는 눈을 바꿔야 한다. 교과서는 교실에서 쓰이는 다양한 학습 자료 중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자료의 하나로 교사가 지역적 특성이나 학생의 수준에 따라 재구성해 가르칠 수 있다.

교과서에 제시된 심화 보충학습은 모든 학생이 필수적으로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더 깊이 있는 내용은 학생들이 기본 학습을 얼마나 이해하느냐 하는 정도에 따라 선택적으로 배울 수 있다. 교육과정에 따라 다양한 방법과 자료를 통해 학생별로 성취해야 할 학습목표에 도달하면 된다.

학습 방법이 달라지면서 학생에 대한 평가 방법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아직도 누구는 몇 등이고 내 아이는 몇 등이냐 하는 식으로 다른 학생과의 비교를 통해 평가하던 시대는 지났다.

우리 학교에서는 3월 말에 성적 평가가 아니라 학생들의 학기 초 생활에 대한 통지표를 보내 학부모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통지표라면 성적을 담는 것이 전부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평가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습에 재투입해 학생의 학습 발전에 도움이 돼야 한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결과에 대한 상벌보다는 격려의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7차 교육과정은 기초 학습을 충실히 함으로써 부진아를 배려하는 동시에 우수한 아동은수월성 교육을 통해 능력에 맞는 수준별 학습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학교와 교실이 변화하는 것처럼 학부모의 눈도 새로운 흐름에 맞게 변화해야 아이들이 21세기에 맞는 창의적 인재로 클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정석(서울 안평초등학교 교무부장)

▼어려워진 숙제 어떻게 도울까▼

올해부터 자기주도적이고 창의적인 학습을 강조하는 제7차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자녀의 숙제를 돕기가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하는 학부모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부모가 숙제를 도맡아 대신 해주거나 인터넷 등에서 검색한 자료를 적당히 베껴서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터넷에는 백과사전을 비롯해 학생들의 공부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가 들어있기는 하지만 창의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교육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새 교육과정에 따른 학습 방법을 알아보는 데 가장 좋은 사이트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운영하는 에듀넷(www.edunet4u.net). 사이트에 접속한 뒤 ‘공부방’ 항목을 클릭하면 ‘교과서 따라하기’ ‘정리학습’ ‘주제별 학습’ ‘문제은행’ ‘학습사이트 참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학습도구함에는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것이 나올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학습사전 꾸러미’도 마련돼 있다.

또 시도교육청 홈페이지에 실린 학습자료와도 연계돼 있어 교사들이 개발한 다양한 학습자료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 밖에 네이버(www.naver.com), 야후(www.yahoo.co.kr), 심마니(www.simmani.co.kr) 등 검색 사이트에서도 학습자료를 검색할 수 있다. 교육방송 홈페이지(www.ebs.co.kr)에 접속하면 이미 방영된 방송 프로그램을 다시 볼 수 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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