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신용정보망 판친다…사채업자에 채무자정보 제공

  • 입력 2002년 9월 13일 18시 20분


신발수리공 이모씨(42)는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사채업자로부터 300만원을 빌린 뒤 이자를 갚지 못해 도망다니다 최근 사채업자들 사이에 통용되는 ‘불법 회원제 신용정보망’에 걸려 낭패를 봤다.

카드빚을 갚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 대방동의 다른 사채업자를 찾은 그는 이씨의 신용도를 불법 신용정보망을 통해 알아낸 사채업자가 명동의 사채업자에게 연락하는 바람에 폭력배들에게 붙잡힌 것.

이씨는 2시간 동안 감금당한 채 폭행을 당하다가 연체이자 명목으로 500만원을 빼앗겼다.

연리 300%에 이르는 고리 사채를 빌려주고 폭력배를 동원해 돈을 받아내는 악덕 사채업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채무자의 신용정보는 물론 개인 사생활 정보까지 공유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13일 경찰청에 적발된 ‘불법 회원제 사설 신용정보망’ 인터넷 사이트는 모두 4개로 회원인 사채업자는 4000여명, 이들이 공유한 채무자 정보는 3만200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채업자 김모씨(43)는 3월부터 불법 사채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인 11프로닷컴(www.11pro.com·폐쇄)을 개설하고 2700여명의 사채업자를 회원으로 모집했다. 이씨는 이 사이트에서 채무자의 주민등록번호와 가족관계, 사채를 쓴 횟수와 연체 횟수 등은 물론 자세한 개인정보와 신용등급까지 표시했다. 이씨는 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회원들에게 5만∼10만원씩 모두 3800여만원을 가입비로 받았다. 경찰청은 이날 이씨 등 4명을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주모씨(29) 등 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10월부터 사채이자를 66%로 제한하는 대부업법이 시행됨에 따라 인터넷을 통해 음성적으로 영업을 하려는 불법 사채업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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