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간선-지선 분리운영…업체 반발클듯

  • 입력 2002년 9월 11일 18시 42분


만성적인 정체현상에다 업체의 절반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시내버스업계, 총 5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지하철….

서울시가 11일 발표한 교통시스템 개편안은 이 같은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서울의 대중교통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기본 방향은 버스노선 운영체계를 전면 개편해 승용차 통행량을 줄이고 지하철 운영 개선을 통해 시민 편의를 증진한다는 것이다.

▽지하철 운영개선〓지하철 1시간 연장 운행과 급행열차 도입이 주 내용. 당초 서울시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지하철 연장 운행을 추진했으나 최근 시민의 79.7%가 ‘막차 시간이 너무 이르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는 여론조사의 결과에 따라 지하철 1∼8호선 전 노선의 운행시간을 올해 12월부터 오전 1시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0시부터 오전 1시까지의 배차간격은 15∼20분.

당분간은 심야지하철에도 현행 요금을 적용하고 내년 3월 대중교통수단 요금체계를 전면 개편할 때 할인(주간) 또는 할증(심야)요금을 정할 방침이다.

또 지나치게 많은 역에 정차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지하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내년 하반기에는 3호선 대화역∼종로3가역 구간에는 2개 역에 정차하고 다음 역은 건너뛰는 ‘격역제’를 시범실시한다.

앞으로 시는 모든 노선에 격역제를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신규 노선인 지하철 9호선에는 대피선을 만들어 주요 역만 정차하는 ‘급행열차’가 지나는 동안 역마다 서는 완행열차는 잠시 피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버스 개편〓노선을 간선·지선체계로 개편한다. 도심과 외곽을 잇는 장거리 직선구간에는 교통요충지에만 정차하는 간선버스를 투입해 시속 35∼40㎞의 속도로 달릴 수 있도록 한다. 지선버스는 승객을 주로 간선버스정류장까지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한다. 전 세계에서 버스 시스템이 가장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브라질의 쿠리티바시를 모델로 한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시민의 통근시간이 지금보다 20∼30% 정도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천호대로에 운영하고 있는 버스중앙전용차로제는 도봉로 미아로 시흥대로 등 8∼10차로 도로로 확대하고 필요할 경우 4∼6차로에도 설치할 방침이다.

다음달부터는 버스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무선송수신기를 설치, 운행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버스의 위치와 운행상태, 배차간격, 도착예정시간 등의 정보를 시민에게 제공하는 버스관리시스템(BMS)도 단계적으로 운영한다.

▽강력한 추진력이 관건〓이 같은 개편안을 실행에 옮기는 데는 이른바 ‘황금노선’을 갖고 있는 버스업체와 근무시간 연장에 따른 지하철노동조합의 강력한 반발, 여러 번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불편함이 생기는 일부 버스승객들의 저항 등이 난관으로 꼽힌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황기연(黃祺淵) 박사는 “전체적인 방향은 맞지만 얼마나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며 “시범실시 후 문제점이 드러나면 과감히 대책을 수정하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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