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번 추석엔 민속놀이 어때요

  • 입력 2002년 9월 1일 18시 21분


수 년전 한글학회에서 광림수목원으로 갔던 야유회가 잊혀지지 않는다.

야유회에서 흔히 만나는 식상한 레크리에이션과 달리 사회자는 ‘비석 치기’를 준비했다.

두 팀으로 나눠 발과 다리, 어깨에 돌을 얹고 목표물을 넘어뜨리려 애쓰는 직원들은 이미 아이들이 되어 있었다. 간단하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로 그날 한글학회 식구들은 어릴적 추억을 떠올리면서 즐거움을 만끽했다.

며칠 있으면 우리의 큰 명절인 한가위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옛말을 우리 아이들의 놀이문화에서도 만날 수 있으면 싶다.

방학 내내 컴퓨터 게임으로 형제 간 자리다툼을 한 아이들. 컴퓨터 게임으로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기 일쑤였던 아이들. ‘크레이지 아케이드’, ‘피파월드컵’ 등 인기게임에 푹 빠져 있는 아이들에게 한바탕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민속놀이를 소개해 보면 어떨까.

민속놀이를 통해 친구의 소중함도 깨닫고, 더불어 사는 즐거움도 알게 될 것이다.

놀이 방법을 따로 익히지 않고도 쉽게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민속놀이 몇 가지를 소개한다.

먼저 봄 가을에 하기 쉬운 놀이로 ‘비석 치기’가 있다. 돌치기, 비사치기, 비껴차기로도 불리는 이 놀이는 지방에 따라 노는 방법이 약간씩 다르지만 웬만한 어른치고 안해 본 사람이 없을 만큼 인기 있던 놀이였다. 평평한 돌이나 기와로 목표물을 만들어 세워두고 일정거리에서 발이나 다리 사이, 어깨, 머리 등에 말(던지는 돌)을 얹어 목표물을 넘어뜨리는 놀이.

또 다른 놀이로는 ‘자치기’가 있다. 두 사람만 있어도 가능하고 여러 사람이 편을 갈라서도 할 수 있는 이 놀이는 막대기만 있으면 가능하다. 구멍을 파고 그 위에 짧은 막대기를 얹은 뒤 길다란 막대기로 멀리 보내는 놀이다. 멀리 보내는 것도 재밌지만 누가 더 멀리 보냈나 손뼘을 잴 때가 더 스릴 있다.

보름달이 뜬 밤에 할 수 있는 ‘그림자 밟기’도 있다. 가을바람이 선선히 불어오는 저녁, 가족끼리 산책길에서 이 놀이를 해보면 좋은 듯 싶다. 술래를 정한 뒤 그림자가 밟히지 않게 조심해야 되는데, 그림자를 밟히면 술래가 된다. 아마도 아이들은 다음 날의 산책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이 외에도 꼬리잡기, 소경놀이, 진놀이, 팽이치기, 구슬치기, 공기놀이, 풀꽃놀이 등 다양한 놀이들이 있다.

작은 관심만 있으면 활기차면서 재미있는 우리의 민속놀이를 얼마든지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다. 명절은 음식이나 차례 등을 통해서만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릴 적 놀던 놀이 등을 알려주고 함께 해 봄으로써 우리의 문화를 보다 풍성하게 만나게 할 수 있다. 올해 추석에는 동네 놀이터마다 우리의 민속놀이가 펼쳐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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