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부 전 병무청장 "김대업씨 주장 거짓이다"

  • 입력 2002년 8월 6일 14시 32분


김길부(金吉夫) 전 병무청장은 6일 오전 서울 방배동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대업(金大業)씨가 주장한 대책회의는 전혀 없었고 병적기록 조작에도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 전 병무청장과의 일문일답 요지.

-김대업씨에게 조사 받은 일이 있나.

"지난 1월 4일 긴급체포된 뒤 서울지검 특수1부에서 조사받을 때 김씨와 다른 수사관들에게 몇 차례 조사를 받았다. 정확한 횟수는 기억나지 않는다. 당시 조사실에는 노명선 검사 외에 수사관 4명, 여직원 1명 이렇게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조사는 김대업씨에게 단독으로 받은 적도 있고, 다른 수사관과 함께 받은 적도 있다. 김씨는 사복을 입고 수사관 중에 선임인 것처럼 행동했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이모 주사보도 김씨를 선임처럼 대했다.

-당시 김대업씨가 수사관이라고 생각했나.

"당연히 그랬다. 내가 잡혀가자 김씨가 '동향(대구) 사람이고 한데 조사할 것도 많고 하니 얘기 좀 합시다' 그러더라. 난 김씨가 수사관이 아니라는 사실은 5월 오마이뉴스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 얼마나 불쾌하고 창피스러운지…. 만약 김씨가 수사관이 아니라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김씨는 자신이 직접 나에게 질문하고 진술한 내용을 메모 형식으로 적고 했다. 그리고 나서는 그 내용을 토대로 옆에 가서 진술조서를 (다른 수사관이) 타이핑 하고 다시 가져오는 식으로 수사가 진행됐다. 나는 1월4일 구속되고 나서 22일 기소때까지 면회도 금지되고 외부와 거의 단절된 상태였고, 김씨와는 조사실에서 거의 매일 만났다.

-김씨가 주로 조사한 부분은 무엇이었나.

"내가 인사청탁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라는 것이었다. 어차피 자백하라는 사건이었기 때문에 조사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았다. 대책회의 얘기는 딱 1번 나에게 물었을 뿐이다."

-신동아 7월호 보도에 보면 당신의 수행비서였던 김재건씨도 대책회의와 관련된 진술을 검찰에서 한 것으로 돼있다.

"모르겠다. 내가 하는 일을 수행비서가 안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한나라당에서 총선 출마도 하려고 하고 했는데….

"한나라당 공천 심사 과정에서 떨어지지 않았느냐. 지금 그런 쪽에 욕심도 없다. 게다가 현재 인사청탁과 관련한 뇌물 문제로 재판에 계류중이어서 할 수 없는 말도 있고 그렇다. 김씨는 내가 병역비리 은폐 대책회의를 열고 정연씨 병적기록부 원본을 변조했다고 진술했다가 나중에 한나라당에서 파견된 변호사를 만난 뒤 전면 부인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완전히 조작된 거짓말이다. 인터넷으로 보니 김씨는 전과 6범에다가 범죄 전력도 거의 사기 협박 등과 관련된 것이더라. 김씨의 이런 주장이 보도된 뒤 검찰에서도 '그런 일이 없었다'고 부인했고 병무청에서도 '기록 위변조는 없었다'고 해명하지 않았나.

-그동안 침묵을 지켰는데….

"내가 그동안 김씨의 말도 안되는 주장에 대해 가만히 있었던 것은 정치 논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다. 그런데 어제 뉴스를 보고 하니까 이 사건이 법적으로 비화되고 있어서 더 이상 가만히만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의견 표명을 하게 된 것이다."

-왜 은폐대책 회의 문제가 불거졌다고 생각하나.

"내가 김씨에게 조사받을 당시 김씨가 나에게 먼저 '대책회의가 있었느냐'고 물어 내가 '그런 게 어디 있느냐. 국회답변 제출을 위해 실무국장에게 보고받고 파악한 내용을 총리에게 보고하고 하는 정상적인 공무활동만 있었다. 쓸데없는 소리 마라'고 답했다. 그리고 병적기록카드 변조 문제는 나에게 단 한 번도 물어보거나 한 적이 없다."

-좀더 상세하게 당시 상황을 말해달라.

"당시 김씨가 나에게 '정치권 등에 누구 누구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묻더라. 내가 '군인 생활 30년에 여러 사람을 아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 이런 식으로 대답했는데 그런 문답 끝에 '대책회의가 있었느냐'는 물음을 김씨가 한 것이다. 당시 김씨가 단독으로 나를 조사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전과자인 김씨와 나름대로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한 나의 말 가운데 누구 말을 믿는 것이 맞겠느냐. 한나라당 파견 변호사 접견 부분도 거짓말이다. 당시 나는 아들을 통해 호남출신으로 전 법무차관 출신인 C변호사를 선임했다. 아들이 직접 C변호사에게 1000만원 수임료를 가져다줬다. 이 변호사는 현재 민주당 법률자문위원이기도 하다. 내가 광주에 근무할 때 만난 인연으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검찰 단계에서는 C변호사가 몇 번 접견을 오고 같은 법무법인에 있는 후배 변호사가 접견을 오기도 했다. 그런데 C변호사가 기소시점에서 사의를 표명하며 우리측에 500만원을 돌려줬다. 그래서 재판 단계에서는 내 친구인 구모 변호사와 전 군법무관 출신인 전모씨, 법원장 출신 권모 변호사 등을 선임했다. 그러니까 검찰 단계고 언제고 간에 한나라당 변호사가 나를 접견온 적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번 사건의 핵심은 과연 병적기록카드 원본이 변조됐느냐 하는 것이다. 만약 변조 자체가 없었다면 은폐회의고 뭐고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은폐하려면 뭔가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리고 정연씨 병역면제는 91년에 육군에서 결정한 것이고, 나는 97년 당시에 병무청장이었다. 그런 내가 이 기록을 변조하고 할 이유가 도대체 뭐냐."

-97년 7월 당시에 정형근, 고흥길, 윤여준 의원 등을 만난 적은 있나.

"정형근 의원은 만난 적 없다. 윤여준 의원은 병무청장 시절에는 몰랐고, 당시 국방상임위원이던 한나라당 C모 최고위원이 공천 문제로 얘기해서 나중에 윤 의원을 만난 적은 있다."

-대책회의에 거론된 관계자들과 당시 만난 적은 있나.

"당시 정무직에 있었던 내가 누구를 만나든 무슨 문제가 있느냐. 병적 원부 변조만 없었다면 내가 누굴 만났던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시 대구에 사무실도 열고 정치 활동을 했다는데….

"그런 것 없다. 대구에 있는 동생이 얻어준 방에서 잠시 일을 봤을 뿐이다."

-전태준(全泰俊) 전 국군의무사령관과 관련해 병적기록 조작 등 문제가 제기됐는데….

"병무청장은 민간인이고 국군춘천병원은 군 조직이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지시하고 조작하고 할 수 있나. 말도 안된다. 내가 97년 7월22일인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병적기록카드 원본을 공개했다. 물론 그 이전에 국방장관과 차관 등과 다 논의했고 총리에게도 다 보여주고 했는데, 그것이 위조됐다면 총리 장관 모두 헛 것을 봤나는 말인가."

-병적원부는 그러면 변조된 것이 없나.

"그걸 어떻게 고칠 수가 있나. 처음부터 그렇게 쓰면 모를까 나중에 고치면 티가 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이 분야를 아는 사람들은 변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다 안다."

-당시 국방장관이 처음에 원본이 폐기됐다고 하다가 나중에 공개한 이유는 뭔가.

"공개 직전에 나는 6월말부터 7월중순까지 이탈리아 등 해외에 출장을 갔었다. 내가 들어와서 보니까 정연씨 병역비리 문제가 불거졌는데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자가 이수성 이한동 이회창 조순 등이었기 때문에 병적부를 공개하려면 이들의 아들을 모두 공개해야 했다. 하지만 여러분도 알다시피 조순씨 아들의 경우 공개하기 어려운 병이었고, 그래서 모두 공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6월20일경 김동진 국방장관이 '대통령이 공개하면 어떻겠느냐는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나에게 말해서 그런 방향으로 하자고 하고 결국 이회창씨가 대통령 후보가 된 뒤에 병적기록부를 공개하게 된 것이다."

-당시 병적기록부를 사무실 책상 서랍에 보관했다는 얘기가 있다.

"당시 서울지방병무청 지하보관소에 병적기록부를 보관하고 있었다. 면제자들의 경우 전시 근로소집을 위해 영구 보관한다. 일반 현역병들은 마이크로 필름으로 보관하고…. 당시 이런 서류가 40만장쯤 됐다.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 내가 정연씨 병적원부를 당시 실무국장(여춘욱 징모국장)에게 보관하고 있으라고 지시한 기억이 난다. 내가 직접 갖고 있지는 않았다."

-당시 보존 연한 5년이 지나서 파기했다고 했던 병적원본을 갑자기 공개한 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그건 실수였다. 당시 국회에서 병무청 실무자에게 병적원본을 공개하라고 하니까 실무자들이 문서보존규칙상 파기된 것으로 엉뚱하게 답한 모양이다. 이 부분은 당시 국방장관이 국방위에 나가서 명백하게 해명한 부분이다."

-지난번 뇌물사건 공판 때 한나라당 사람들이 많이 왔었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대부분 다 가족 친지들이었다. 오해를 살까봐 온다는 사람도 막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공천문제도 그렇고 내가 어려움을 겪는 것에 대해서 한나라당에서 하나도 도와준 것 없다. 마지막으로 언론에 꼭 보도를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나는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오늘 입장을 표명하는 것도 언론에서 줄기차게 요구해서 하는 것 아니냐. 김대업씨의 주장은 모두 조작이고 거짓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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