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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4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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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대치동 M학원의 모습도 비슷했다. 수업이 진행 중인 4개 반 가운데 2개 반은 수강생이 2명씩이었고 나머지 2개 반은 수강생 한 명이 강사로부터 개인지도를 받고 있었다.
중고생 대상 학원이 밀집해 있어 ‘보습학원 1번지’로 불리는 대치동에 교사 한 명이 학생 한 명을 개인 지도하는 이른바 ‘일대일 학원’이 성행하고 있다. 이 지역 학원 관계자들은 이런 학원이 현재 20여개에 달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이런 일대일 학원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보습학원 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데다 과외신고제가 도입되면서 개인 교습자들이 ‘과외방’을 열어 학원 형태로 운영하는 바람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
전국보습학원연합회 대치동 지역장인 정희찬씨는 “과외방에 학생을 빼앗긴 일부 학원들이 자구책으로 일대일 수업을 도입했다”며 “학원이라도 수강 학생 수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을 이용해 틈새시장을 파고 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 대치동의 보습학원 수는 138개였지만 올 7월 말 현재는 166개로 늘었다.
또 이와 비슷한 수의 개인 교습자들이 이곳에서 ‘과외방’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대일 학원은 고교생의 경우 일주일에 2번, 4시간을 수업하고 15만∼30만원의 수강료를 받고 있다.
법정 수강료인 월 10만원 선보다는 높은 액수지만 일반 학원의 경우도 법정 수강료에다 보충수업비나 교재비를 더해 이와 비슷한 액수를 받고 있기 때문에 관할 교육청에서도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I수학교실 송기은 원장은 “대치동에서 대학생들이 받는 평균 과외비 30만∼40만원 수준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가격”이라며 “과외방에 비해서도 가격이 싸고 강사의 수준이 높은 데다 학생 관리를 엄격히 하기 때문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일부 신생 학원들은 수강생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일대일 학원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지난달 문을 연 I학원의 경우 학생이 7명인데 학년이 다르고 학교도 달라 2개 반은 2명씩, 3개 반은 1명씩의 학생을 배정해 운영하고 있다.
C학원 조진태 원장은 “일대일 지도는 수익성을 포기하고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덤핑판매’의 일종”이라며 “지나치게 공급이 많은 대치동 일대 학원가에 본격적인 생존경쟁이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