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마다 ‘월드컵 단축수업’ 고심

  • 입력 2002년 6월 9일 22시 20분


월드컵 열기 때문에 일선 고교에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한 비상이 걸렸다.

특히 10일 열리는 월드컵 한국-미국전이 정규 수업이 끝나기 전인 오후 3시반에 시작됨에 따라 고교마다 학생들의 수업 단축 요청이 쇄도해 학교 측이 묘수를 찾느라 애를 먹었다.

서울 D고는 이날 1교시 수업 시작을 오전 8시반에서 7시반으로 한 시간 앞당기고 오후 1시 전에 모든 수업을 끝내기로 했다. 이 학교 정모 교장은 “수업도 중요하지만 월드컵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무시할 수도 없어 교사와 학생들이 상의해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미국전이 열리는 날 단축수업을 하기로 결정한 서울 K고의 고모 교감은 “3학년 학생들만 수업을 계속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우리는 사람도 아니냐’는 항의가 나올 것 같아 모든 학년이 오후 2시에 수업을 마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 교사는 “전국의 시도교육청이 공동으로 12일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실시하지만 월드컵 열기 때문에 학생들이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걱정했다. 전국연합학력평가는 당초 14일 실시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열리는 월드컵 한국-포르투갈전 때문에 이틀 앞당겨졌다.

심지어 일부 학생들은 “6월 내내 월드컵 경기가 계속 되니 아예 이달 말에 실시되는 학기말 시험을 올해는 보지 말자”는 요구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학력평가연구소 유병화(劉炳華) 평가실장은 “수험생에게 6월은 1학기를 정리하고 여름방학을 대비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월드컵 경기를 즐기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만 너무 몰두하면 학습 리듬을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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