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업친구에 거짓진술 요청 의혹

  • 입력 2002년 5월 20일 06시 43분


대통령민정수석실 행정관과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의 측근 등이 최근 대검 중앙수사부의 홍업씨 수사 도중 심장질환을 일으켜 병원으로 실려간 유진걸(柳進杰)씨를 찾아가 “검찰에서 강압수사를 받았다고 말해달라”고 종용했다는 주장이 19일 제기됐다.

유씨는 홍업씨의 대학동기로 아태재단과 자금거래를 한 평창종합건설 유준걸(柳俊杰) 회장의 동생이다.

대통령민정수석실에서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담당하는 박모 과장(행정관)은 유씨가 입원한 다음날인 5월10일 한 변호사와 함께 유씨가 입원한 서울 순천향병원으로 찾아가 “대검 중수부에서 강압 수사를 받아 그 충격으로 병원에 실려왔다는 진술서를 써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당시 병원에는 유준걸 회장도 함께 있었으며 유 회장은 이 사실을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知人)에게 알리며 상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지인은 취재팀에 “청와대가 하도 치졸한 일을 꾸며 절대 요구를 받아들이지 말라고 충고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유씨는 “사실이 아니어서 그렇게 말할 수 없으며 내가 떠들면 형님 회사가 망할 수 있다”며 허위진술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 과장 등이 다녀간 후 이틀이 지난 12일에는 민주당 외곽조직인 ‘새시대 새정치연합 청년회(연청)’ 간부인 최모 변호사가 홍업씨의 측근 정모씨와 함께 유씨를 다시 찾아와 “이번 건이 잘 되면 대검 수사를 무력화할 수 있다”며 “강압 수사를 받았다고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박 과장 등과의 대화내용은 녹음기로 녹음됐으며 제3자가 녹음테이프를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과장과 최 변호사 등은 19일 연락이 되지 않았다. 유씨는 대검 중수부에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돼 자술서를 쓰던 도중 지병인 심근경색 증세를 보여 평소 다니던 순천향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한 박 과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취재팀이 19일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김현섭(金賢燮) 대통령민정비서관은 “유씨가 강압수사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모 언론인으로부터 듣고 사실확인 차원에서 박 과장을 병원으로 보냈으나 유씨가 그런 사실을 부인한다는 보고를 받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또 최 변호사에게 수 차례 사무실과 자택으로 전화를 걸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으며 휴대전화도 받지 않았다.

한편 대검 중수부(김종빈·金鍾彬 검사장)는 19일 D주택 곽모 회장(51)에게서 “98년 5월경 홍업씨의 동창인 김성환(金盛煥)씨를 회사 사장으로 영입한 뒤 홍업씨를 만나 금품 로비를 시도했으나 홍업씨가 거절해 무산됐다”는 진술을 확보해 그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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