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는 홍걸씨 비리

  • 입력 2002년 4월 25일 18시 32분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가 이권 개입의 대가로 받은 돈과 주식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곧 실체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홍걸씨의 동서 C토건 대표 황인돈씨는 25일 변호인을 통해 최씨에게서 받은 돈을 홍걸씨에게 전달했으며 C토건 직원 등의 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 주식도 홍걸씨의 것이라고 사실상 시인했다.

이에 따라 홍걸씨와 최씨가 복표 사업자 선정 등 이권에 개입한 대가로 TPI 대표 송재빈(宋在斌)씨에게서 돈과 주식을 받았다는 최씨의 비서 천호영(千浩榮)씨의 폭로가 신빙성을 얻고 있다.

천씨는 검찰에서 “미래도시환경 사무실에서 여직원이 100만원권 수표 200장을 봉투에 담아 최씨에게 건네줬고 최씨가 이 돈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찻집에서 홍걸씨에게 전달하는 장면을 직접 봤으며 수표의 출처는 최씨가 법인카드를 받아 쓴 기계제조 업체 D사”라고 진술했다.

또 최씨는 지난해 4월 서울 강남의 R호텔에서 김희완(金熙完)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함께 TPI 대표 송씨에게서 이권 개입의 대가로 10억원권 수표 1장을 받았다고 천씨는 전했다.

최씨는 이달 초 기자회견을 통해 이 돈이 송씨의 계열사인 에이펙스기술투자의 펀드에 외자를 유치해 준 대가라고 주장했으나 거짓말인 것으로 드러났다. 송씨는 투자 유치와 주식 거래 소개 대가로 준 것이라고 해명했고 검찰은 진위를 조사 중이다.

또 천씨와 최씨의 전직 운전사였던 K씨 등은 최씨가 2000년 서울 강남역 사거리 오피스텔 H빌딩 8층에서 세 차례 이상 송씨를 만나 현금이 가득 들어 있는 ‘끌고 다니는 가방’을 받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본보 취재진의 확인 결과 이 빌딩 8층의 한 사무실은 2000년 5월부터 홍걸씨의 동서 황씨가 대표로 돼 있는 유령회사 ‘지아이 엔터프라이즈’의 주소로 등재돼 있다. 또 같은 사무실을 TPI 이사 Y씨가 2000년 10월부터 두 달간 임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 사무실은 최씨와 홍걸씨, 황씨, 송씨 등이 만나서 돈을 주고받는 장소로 이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천씨는 “최씨가 송씨 등에게서 받은 돈을 홍걸씨와 김씨와 자기 자신의 몫으로 ‘4대 3대 3’의 비율로 분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일단 29일로 잡힌 황씨에 대한 검찰의 소환 조사가 이뤄지게 되면 홍걸씨 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가 급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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