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생 60% "존경하는 법조인 없다"

  • 입력 2002년 4월 25일 18시 32분


사법연수원생들이 가장 존경하는 국내 법조인은 누굴까.

사법연수원이 이 달 초 31기 연수원생 360여명을 대상으로 이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심재륜(沈在淪) 전 대구고검장과 변정수(卞禎洙)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박원순(朴元淳) 변호사 순으로 나타났다.

98년 ‘대전 법조비리 사건’ 당시 검찰 수뇌부를 강하게 비판하며 항명파동을 일으켰던 심 전 고검장은 25표를 얻어 1위로 선정됐다.

제1기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가장 많은 소수의견을 냈던 변 전 재판관과 참여연대 등 각종 시민단체에서 활동해온 박 변호사는 각각 19표와 14표를 얻었다.

변호사 시절 항일운동을 한 것으로 알려진 고 김병로(金炳魯) 초대 대법원장과 인권변론을 도맡았던 고 조영래(趙英來) 변호사,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 한승헌(韓勝憲) 전 감사원장 등도 이름이 올랐다.

이밖에 대선 후보로 나선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전 의원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도 각각 8표와 2표씩을 얻었다. 불명예 퇴진한 김태정(金泰政) 전 검찰총장도 1표를 얻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설문대상의 60%가 넘는 220여명이 ‘존경하는 법조인이 없다’고 답해 법조계에서 평소 따르고 싶은 구체적인 인물상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수원 관계자는 “연수원생 대부분이 법조인으로서 길라잡이가 될 인물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법조인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존경보다는 언론 등을 통해 피상적으로 얻은 정보를 근거로 막연하게 선택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수원생들이 치열한 경쟁에 쫓겨 막상 자신이 어떤 법조인이 될 것인지를 생각해 볼 기회가 적은 것 같다”며 “법조윤리와 인성론 등 교육을 통해 훌륭한 선배들의 모습을 좀 더 깊이 있게 소개해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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