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청와대 행정관 수사 전망

  • 입력 2002년 4월 22일 22시 18분


검찰이 청와대 정무비서관실 행정관 출신인 임정엽(林呈燁)씨의 비리 혐의를 밝혀냄에 따라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 김 부이사장의 동창인 김성환(金盛煥)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과의 관련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씨의 비리 혐의는 김성환씨의 200억원대 차명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김성환씨의 차명계좌는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 수사 당시부터 입금된 돈의 출처와 사용처가 불분명해 ‘검은 돈’이 모이는 금고라는 의심을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임씨가 아태재단 기획실장으로 재직하던 99년 12월 대국건설 김희정(金喜鼎) 사장에게서 받은 1억5000만원 가운데 일부가 김성환씨의 차명계좌로 흘러 들어간 사실이 드러난 것. 임씨와 김성환씨의 자금 거래 규모는 5억원대에 달하며 거래 횟수도 수 차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22일 “임씨의 비리 혐의 및 아태재단과의 관련성은 별도의 특별 수사가 필요한 대상”이라고 말했다.

임씨가 아태재단 근무 시절 김홍업, 김성환씨 등과 친분을 유지하면서 아태재단 직함을 이용해 각종 이권에 개입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임씨는 공적자금 비리 수사로 구속된 유종근(柳鍾根) 전북지사의 비서실장으로 있다가 98년 아태재단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99년 8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아태재단 기획실장으로 재직했다.

이에 따라 임정엽-김성환-아태재단-김홍업으로 이어지는 비자금 라인의 존재 여부와 실체를 찾아내는 것이 검찰 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구체적인 수사 대상은 △임씨가 이권에 개입해 챙긴 돈의 일부를 김성환씨의 차명계좌에 입금한 경위 △임씨와 김성환씨의 자금 거래 경위 △임씨가 아태재단 재직 중 챙긴 돈의 일부를 김홍업씨에게 전달했는지 등이 꼽히고 있다.

임씨가 “김성환씨와의 돈 거래는 단순한 대차(貸借)관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같은 수사방향으로 미뤄볼 때 그 결과에 따라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사건으로 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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