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수 공사관련 수뢰, 광주지검 축소수사 물의

  • 입력 2002년 4월 22일 18시 30분


최공인(崔公仁·72) 전남 신안군수의 비리를 수사 중인 광주지검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생가 부대시설 건설과 관련해 최 군수가 추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축소 수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담당 검사가 "언론사 기자에게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 특정 신문과 정당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축소 수사를 한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광주지검 특수부는 S건설 대표 명모씨(59)에게서 1999년 초 김해 김씨 문중이 3억여원에 발주한 전남 신안군 하의도 김 대통령 생가 편의시설 공사가 끝난 뒤 최 군수에게 '앞으로 잘 봐 달라'는 부탁과 함게 6000만원을 줬다는 진술을 받았던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그러나 검찰은 13일 최 군수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서 지난해 5월 군수 관사에서 '관급공사 수의계약을 많이 수주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명씨에게서 5000만원을 받은 혐의만 기재했다.

광주지법은 당시 최 군수가 범행 사실을 자백했고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사건을 담당하는 김모 검사(37)는 이날 모 방송 K기자가 추가 뇌물수수 사실을 영장에 기재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한나라당이 이 사실을 알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K기자는 전했다.

이에 대해 김 검사는 "특정 언론사를 거론한 기억이 없다"며 "다만 대통령 생가 복원 사업을 둘러싸고 뇌물이 오갔다는 점이 부각되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파장이 일 수 있다는 얘기는 했다"고 말했다.

김 검사는 또 "관련자 진술에 차이가 있는 등 추가 뇌물 수수 진술에 대한 사실 여부가 확인되기 않아 영장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최 군수가 구속되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김 검사는 법원이 최 군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술을 마시고 당직 판사를 찾아가 "피의자가 혐의 사실을 자백했는데도 구속영장을 기각할 수 있느냐"고 항의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15일 법원에 최 군수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하면서도 추가 뇌물 수수 사실을 포함시키지 않았으며 22일 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최 군수가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하자 구인장을 반환해 수사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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