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쓰라며 5000만원 놓고가 청탁받지도 하지도 않았다”

  • 입력 2002년 2월 22일 23시 49분


지앤지 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씨에게서 금융감독원 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5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수동(李守東)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가 22일 처음으로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이날 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5000만원은 이씨가 아무 대가 없이 준 돈이며 금감원 조사와 관련해 청탁을 받은 사실도, 청탁을 한 일도 없다”고 주장했다.

-어떤 경위로 이씨 돈을 받았나.

“2000년 3월경 이씨가 시정신문 회장 도승희(都勝喜)씨와 함께 재단 사무실로 찾아와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면서 ‘용돈으로 쓰라’며 봉투를 사무실 책상 위에 두고 갔다. 당시 주변에 사람들이 많아 책상서랍 속에 넣어 뒀다가 나중에 뜯어보니 1000만원짜리 수표가 5장 들어있어 깜짝 놀라 돌려주려고 했다.”

-이씨가 거액을 아무 대가 없이 줬겠는가.

“맹세코 아무런 청탁도 하지 않았다. 청탁이 낀 부정한 돈이면 현찰로 받거나 돈세탁을 해서 썼을 것이다.”

-그 돈은 어디에 썼나.

“2000년 10월 이후 재단 자원봉사자 윤모씨(여)가 이사비용이 부족하다고 해서 빌려줬다. 윤씨는 전직 국회의원 김모씨의 며느리다. 나머지 3000만원은 절친한 친구의 딸인 김모씨가 가정형편이 어렵다고 해서 빌려줬다. 나중에 다 받아서 이씨에게 돌려줄 생각이었다.”

-도씨와이씨는어떻게알게 됐나.

“98년 정권교체 직후 고향(전남 신안) 후배인 시정신문 사장 주모씨의 소개로 그 신문 회장인 도씨를 알게 됐다. 이후 도씨가 이씨를 소개시켜 줘 모두 4차례 만났다.”

-이씨가 재단의 힘을 빌려 사업상 청탁을 하기 위해 접근하고 돈을 준 것이 아닌가.

“오해를 받아 가슴이 아프다. 이번 일은 재단과는 관계없고 금감원 등에 청탁도 하지 않았다. 김영재 당시 금감원 부원장보도 만난 일이 없다.”

-5000만원이나 되는 거액을 아무 대가 없이 받았고 2년이 되도록 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나.

“부끄럽다. 그러나 도덕적 책임은 지겠지만 법적 책임을 질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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