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학계 이순형교수 정년퇴임…'퇴임선물'은 신종생물

  • 입력 2002년 2월 22일 17시 58분


“국내 학계도 이제 신종 기생충을 찾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이 무엇보다도 흐뭇합니다.”

지난 30여년간 기생충학계를 이끌어온 서울대 의대 기생충학교실의 이순형(李純炯·65) 교수가 22일 정년 퇴임했다. 그는 이날 오후 6시 서울 신라호텔에서 후학들이 마련한 정년퇴임식장에서 제자로부터 뜻 깊은 퇴임선물을 받았다.

이 교수의 제자이자 같은 교실의 주임교수인 채종일 교수가 지난해 가을 대한기생충학회에 발표된 신종 기생충의 이름을 이 교수의 아호를 따서 ‘인산(仁汕) 주걱흡충’이라고 명명하고 이를 퇴임선물로 바친 것이다.

이 주걱흡충은 채 교수가 97년부터 쥐와 사람에게 공통으로 감염되는 기생충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신종 기생충이다.

원래 학계에서는 처음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붙이는 것이 상례. 다만 93년에 이 교수가 스승인 고 서병설 교수의 추모 1주년을 맞이해 당시 새로 발견한 기생충의 이름을 스승의 성을 따서 붙여 헌정한 적이 있다.

이 교수는 69년 서울대 의대 전임강사를 시작으로 81년 대한기생충학회 회장과 94년 서울대 의과대학 학장 등을 역임했다. 기생충 퇴치 공로를 인정받아 94년 11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기도 했다. 이 교수는 현재 과학기술 한림원 부원장과 한국건강관리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8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기생충 퇴치 사업이 주된 과제였지만 앞으로는 젊은 후배들이 기생충 관련 연구를 통한 학문적 업적을 많이 냈으면 합니다.” 그가 퇴임식에서 후배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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