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북]首長따라 바뀌는 경찰청 '분위기'

  • 입력 2002년 2월 19일 21시 23분


경남경찰청사가 예전보다 많이 조용해졌다.

직원들이 일손을 놓거나 업무가 확 줄어들어서가 아니다. 전임 청장과 현 청장의 대조적인 업무 스타일이 주 원인이다.

지난 한해 경남경찰청사는 조용한 날이 없었다. 관광버스가 줄을 이었고 어린이들의 재잘거림이 넘쳐났다. 본청 차장으로 옮겨간 성락식(成樂式) 전 청장이 ‘경남경찰 바로알리기’라는 이름으로 기관 단체 관계자는 물론 초등학생과 유치원생까지 불러들였기 때문.

재임 11개월 동안의 방문자는 3만7000여명. 인원 동원에 나선 경찰관들의 고생이 컸다. 본청장 순시에 맞춰 청사 내부를 뜯어고친다며 부산을 떨었고 수석과 분재, 서화작품전시회도 연중 개최했다.

그런 시책들이 민승기(閔昇基) 청장 부임 3개월이 지나면서 상당 부분 사라졌다. 청사를 찾는 외부인의 발길은 뚝 끊겼다. 1층 복도의 분재를 치웠고 경찰활약상을 담은 사진도 떼어냈다. 명사초청 특강도 뜸해졌다.

사람을 보내달라고 요청하거나 수석, 분재를 구하러 다니지 않아도 되는 직원들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성 청장이 적극적인 성격에 ‘현란한 개인기’의 소유자였다면 민 청장은 차분하고 ‘기본 중시형’ 지휘관으로 불린다. 어느 쪽이 낫다고 딱 부러지게 말하기는 어렵다. 직원들의 반응도 여러갈래로 나뉜다.

지휘관은 대개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이 있다. 다만 ‘전임자를 부정하고 나만의 영역을 구축해야 돋보일 수 있다’는 식의 잘못된 사고가 업무에 반영돼서는 곤란하다.

그래서 한 30대 중반 경찰관의 주문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다음 사람이 와도, 지휘관이 여러명 바뀌어도 그대로 밀고 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시책’을 폈으면 좋겠습니다.”

창원=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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