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포항서 피란민에 포격”

  • 입력 2002년 2월 1일 18시 02분


6·25전쟁 중 경북 포항의 해변에 모여있던 피란민들이 미군 함대의 포격으로 상당수 숨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일 희생자유가족대책위원회에 따르면 1950년 9월 1일 오후 2시경 포항시 북구 환여동 속칭 송골계곡 앞 백사장에 미군 군함 3척이 함포사격을 가해 피란민 1000여명 중 상당수가 죽거나 다쳤다는 것.

대책위 안인석(安仁錫·58·포항시 북구 환여동) 총무는 “당시 소나기가 쏟아져 피란민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미군 함대의 포격이 30분가량 이어졌다”며 “동생은 그 자리에서 숨졌고 어머니는 어깨를 다쳤다”고 말했다.

미군은 당시 포항 일대까지 쳐들어온 북한군을 경계하기 위해 동해안에 군함을 배치해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7세였던 안씨는 “미군 군함은 표시글자가 보일 정도로 가까이 있었다”며 “피란민들이 소나기를 피하면서 움직이자 당시 포항시내에 들어와 있던 북한군이 다가온 것으로 오인해 포격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피란민들이 수건을 흔들며 포격중단 신호를 보내자 함포사격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피란민들이 1주일 정도 생활했던 길이 1㎞의 백사장은 현재 사라졌으며 포격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유족들은 1999년 충북 영동의 노근리사건이 알려진 뒤 그 해 11월 유가족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지역신문을 통해 당시 희생자 찾기에 나서는 한편 지난해 8월 국회에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청원을 냈다.

영국 BBC방송은 1일(현지시간) 충북 영동 노근리사건를 비롯해 경남 마산 의령 함안 등지의 양민 희생사건과 함께 포항 피란민 사건을 자세히 보도할 예정이다.

포항〓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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