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규에 보낸 박대통령 친서 220만원에 팔려

  • 입력 2002년 1월 15일 17시 53분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이 10·26 발생 1년 전인 1978년에 김재규(金載圭) 당시 중앙정보부장에게 보낸 비리 경고 친서가 최근 경매에서 한 고미술상에게 220만원에 팔렸다.

이 편지는 미국의 한 교포가 소장해오다 최근 서울 인사동에 있는 경매회사 코베이에 의뢰해 경매가 이뤄지게 됐다. 소장자의 출품가는 150만원이었다.

1978년 10월19일자로 된 편지지 두 장 분량의 이 친서는 김 부장의 동생 및 주변의 비리나 월권 등에 관한 첩보를 김 부장에게 통고하면서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고하는 내용이다.

박 전대통령은 ‘CIA(중앙정보부)의 감찰실장이라는 사람이 대구 계성고등학교 동창들을 규합해…골프장을 돌아다니는데 그 동창회장이 김한규(CIA부장의 계씨·季氏), 부회장이 감찰실장이라고 함’이라는 첩보 내용을 적고 이어 ‘회장, 부회장이 CIA부장의 동생과 CIA의 중요 간부라는 것이 제3자로 하여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인상을 주는 듯함’이라고 적었다.

또 ‘건양기업 대표 손용현이란 자는 정일권 김형욱과 친근한 자로서 미 CIA의 앞잡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데…이 자가 CIA 부장 동생 김한규 사장 빽을 믿고 돌아다니고 김한규 사장은 손용현을 뒤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다’라는 내용의 입수 첩보를 적고 이에 대한 의견으로 ‘과거 김종필군이 CIA 부장 시절, 그의 중씨(仲氏) 김종락씨가 재계 경제계에 지나치게 개입하여 물의를 야기한 일이 있어서 참고로 하시기 바람’이라고 적어 놓았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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