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당산 소나무가 뭐기에…”

  • 입력 2002년 1월 11일 21시 05분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을 어떻게 없애느냐.” “공항확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뽑아내야 한다.”

200년된 당산(堂山) 소나무 한그루를 둘러싸고 마을주민과 공항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계류장 확장공사를 하고있는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도구리 포항공항. 공사를 맡은 부산지방항공청은 계류장 동쪽 언덕에 버티고 서있는 길이 11m 고목 때문에 공사추진을 못하고 있다.

이 나무는 오래전부터 인근 마을주민들이 마을 수호신이라고 믿고 해마다 마을제사를 지내던 곳. 두그루중 한그루는 수십년전에 죽고 지금은 한그루가 남아있다.

99년 12월 착공한 포항공항 확장공사는 633억원이 투입되는 대공사. 현재 중형비행기 2대가 계류할 수 있는 공간을 5대로 넓히고 터미널도 신축하고 있다. 올 9월 완공예정으로 현재 70% 가량 공사가 진행된 상태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당산목이 사라지면 마을에 재앙이 닥칠지 모른다는 것. 도구1리 이장 이영희(李榮熙·65)씨는 “마을 어른들의 입장이 완고해 나무를 옮기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당산목을 그대로 둘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당산목은 70년 포항공항이 개항하면서 군사보호시설 구역으로 묶이자 이후부터는 이곳에서 마을제사를 지내지 못하고 있다.

부산지방항공청은 이 나무를 반드시 없애야 한다는 입장. 권오성(權五成) 공사감리단장은 “나무를 그대로 두면 계류장 확장공사에 막대한 지장이 생긴다”며 “공항확장이 동해안 교통여건을 크게 개선하는 일인만큼 지역발전 차원에서 포항시가 적극 나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이권효기자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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