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면접 지각’ 보도후 각계 온정 잇달아

  • 입력 2001년 12월 23일 17시 42분


버스가 연착하는 바람에 면접시험을 치르지 못한 소녀가장은 원하던 대학에는 들어가지 못하게 됐지만 소중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밤늦게까지 자청해서 식당일을 한 뒤 새벽에 서울에 왔지만 면접시험에 늦어 이화여대 진학 기회를 놓친 소녀가장 김희정(金姬庭·19·전북 익산시 이일여고 3학년)양의 안타까운 사연이 언론에 보도된 뒤 학비 등을 지원하겠다는 격려와 온정의 손길이 답지하고 있다.<본보 21일자 A31면 보도>

경기 수원시의 한 독지가는 “김양의 안타까운 사연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김양이 대학에 합격하면 장학금을 지원하고 졸업 후 일자리를 알선하겠다”고 나섰다.

기사를 읽고 울 뻔했다는 광주의 한 건설업체 대표 양모씨(48)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김양이 대견스럽다”며 “학비와 생활비 등을 도와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동생들을 부양하느라 39세에 고등학교에 진학했다는 서울의 김모 요리학원 원장(45)은 “어려운 일을 겪어본 사람만이 김양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며 김양을 돕겠다는 의사를 취재기자에게 알려왔다.

미국에 사는 한국인 목사는 ‘김양을 돕겠다’며 기자에게 e메일로 김양의 연락처를 요청해왔다.

융통성 없는 대학측의 입학관리를 탓하는 독자들도 많았다. 영국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강모씨는 e메일을 통해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겠다는 학생을 개인면접을 통해서라도 구제할 수 있는데도 돌려보낸 대학측의 처사는 비인간적”이라며 “김양이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는 격려를 보내왔다.

김양은 현재 생활보호대상자로 심장병을 앓고 있는 할머니(64)와 고교 1학년 남동생을 돌보면서도 성실한 학교생활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314.5점을 받았다.

김양의 담임인 김재경(金在慶) 교사는 “희정이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구김살 없는 밝은 성격으로 반에서 3등 정도의 성적을 유지해온 모범생”이라고 말했다.

김양은 수능시험이 끝난 뒤부터 대학등록금과 학비를 마련하려고 전주의 한 식당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김양은 수시모집에서 서울 K대에 합격했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등록을 포기하고 등록금과 4년 장학금 혜택이 가능한 이화여대에 지원한 것이어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김양은 2년 전 교통사고로 부모를 모두 잃은 충격 때문에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등 힘든 삶을 살아왔다. 학교를 그만 두고 절에 찾아가 “제발 정신 좀 차리게 해달라”고 부처님께 수천번의 절을 올린 적도 있다.

김양은 지난해 부모님 제삿날에 돌봐주던 외삼촌 황호영씨(48)에게서 “이제 정신차리고 앞날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충고를 듣고 학교로 돌아갔다.

김양은 “면접시험에 늦은 것은 모두 제 잘못인데도 주위에서 따뜻한 격려를 보내 줘 힘을 얻게 됐다”면서 “경영학을 공부해 사업가로 성공한 뒤 어려운 학생들을 돕겠다”고 밝은 표정으로 포부를 밝혔다.

김양은 현재 정시모집 ‘나’군과 ‘다’군에서 K대 수원캠퍼스와 지방 국립대의 경영학과에 원서를 낸 상태다.

<박용기자·전주〓김광오기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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