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사고’ 횡령죄 안된다

  • 입력 2001년 12월 19일 14시 37분


‘진승현게이트’ 등의 정관계 로비의혹을 놓고 뇌물이 최종 대상자에게 전달됐는지 여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뇌물 ‘배달사고’ 는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김용헌·金庸憲부장판사)는 20일 대출사례비 명목으로 금융기관 관계자들에게 전달하라며 받은 회사돈 1억여원을 가로채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구속기소된 벤처기업 J사 전 재무이사 김모씨(54)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현행 민법상 상대방에게 불법적으로 재산을 준 경우 이 행위가 법률상 무효임을 내세워 그 반환을 요구할 수 없으므로 결국 소유권도 재산을 넘겨받은 사람에게 있는 것으로 본다” 면서 “따라서 이 사건에서 회사가 대출 사례금 명목으로 전달하도록 한 돈은 불법적 이유로 건네진 것이므로 그 소유권은 김씨에게 넘어간 것으로 봐야 하며, 김씨가 그후 이를 마음대로 소비했다고 해서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 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김씨가 금융기관 관계자들에게 실제로 사례비를 전달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증재) 등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추징금 3500만원을 선고했다.

한편 재판부는 “뇌물의 단순한 전달자가 아닌 로비스트가 부정한 청탁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뒤 발생한 ‘배달사고’ 는 알선수재나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처벌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