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사격장서 민-군 갈등]“소음피해 40년… 사격장 이전을”

  • 입력 2001년 12월 9일 18시 33분


경기 여주지역 주민들이 능서면 백석리에 있는 여주공군사격장으로 인해 40여년 동안 큰 불편을 겪고 있으며 인명 및 재산 피해도 심각하다며 사격장 이전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공군 당국은 예산 부족과 이전 부지 마련 등이 어려워 현실적으로 이전이 불가능 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 지역은 공군사격장이 먼저 생기고 주민들은 사격장의 존재사실을 알고 이주해온 경우가 많아 공군측에 기득권이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주민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당국에서 주민의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

5일 오전 11시 여주군 여주읍 군민회관 광장에는 주민 1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여주군 공군사격장 이전을 위한 집회’가 열렸다. 주민들은 이날 각종 피해를 주고 있는 공군사격장을 조속히 이전해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여주군 공군사격장 이전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구중회 위원장(79)은 “여주 주민들은 40년 동안 극심한 소음과 재산 피해 등을 겪으며 살아왔다”며 “공군은 당장 사격장을 이전하라”고 주장했다.

이 공군사격장은 1957년부터 남한강변 일대에 35만평 규모로 조성돼 우리 공군의 전용 비행사격장으로 사용돼왔다.

이 곳에선 F16기와 팬텀기 등이 매일 4∼16회 가량 포탄투하 및 기관포 사격연습을 하고 있다. 주간은 물론 훈련시에는 야간에도 사격이 이뤄지고 있다.

▽주민 피해〓능서면과 대신면, 북내면 등 3개면 1만8000여명의 주민들과 능북초등학교 등 9개교 3000여명의 학생들은 비행기 소리와 사격훈련 소음 등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대신면 당산리 주민들은 TV 시청은 물론 전화 통화도 제대로 못할 정도의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또 젖소나 돼지 등 가축들의 유산이나 폐사 등 재산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는 것.

또 해당 학교측은 학생들이 소음 때문에 수업에 지장이 많다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여주군이 측정한 사격훈련시 소음은 최저 61㏈에서 최고 93㏈로 일상 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주는 것으로 지적됐다. 통상 65㏈이 넘으면 일상 생활에 지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책위는 “오발탄으로 인해 81년과 90년에 각각 주민 1명이 숨졌고 그동안 수십명이 다쳤으며 상당수 주민들이 난청 현상을 호소하고 있다”며 “바닷가에 위치한 경기 화성시 매향리 미공군 사격장보다 피해가 더 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책위 사무국장 손지민 목사(33)는 “올 7월 국방부에서 실시한 사격장 주변 토지 중금속 오염 여부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조속히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주민 요구〓주민들은 피해 보상보다는 사격장 폐쇄 및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는 “사격장이 들어설 당시에는 허허벌판이었지만 현재 직선거리로 2㎞ 떨어진 곳에 여주읍이 있다”며 “공군측이 사격시간 제한 등 절충안을 내놓고 있지만 주민 안전을 위해서는 사격장 이전만이 해결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앞으로 주민 10만명의 서명을 받아 국방부와 국회 등에 전달하고 반대 집회도 계속 열 계획이다.

▽공군 대응〓공군은 올 7월 이 사격장 인근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오후 9시 이후 사격훈련을 제한하고 사격 횟수를 비행기당 10회에서 6∼8회로 감소시키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공군 관계자는 “여주 공군사격장은 조종사들의 전투기량 향상을 위해 필수적인 훈련장”이라며 “사격장을 이전하는데 엄청난 예산이 드는 데다 이전 부지를 구하는 것도 어려워 현재로서는 이전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여주〓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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