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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1일 2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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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진씨가 지난해 4·13총선 당시 선거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진술할 가능성이 커졌고 그 경우 검찰 수사의 ‘칼날’도 정치권을 향해 급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진씨의 ‘입’ 열렸나〓지금까지 검찰은 ‘진승현 게이트’에 대한 수사는 MCI코리아 전 회장 김재환(金在桓)씨에게서 정 전 과장이 4000만원을 빌렸는지와 민주당 김방림(金芳林) 의원이 5000만원을 받았는지에 국한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정작 정 전 과장의 구속영장에는 김씨에게서 4000만원을 빌린 부분은 빠져 있고 대신 의혹의 핵심이랄 수 있는 진씨에게서 1억4600만원을 받아 쓴 혐의가 적혀 있다.
따라서 검찰은 김씨에 대한 조사와 무관하게 진씨의 진술을 근거로 정 전 과장의 혐의를 밝혀냈을 가능성이 크다.
진씨가 최근 검찰의 구형량대로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검사는 “7년간 수감생활을 하면 재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진씨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에서 폭로성 발언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이런 정황을 감안해 진씨의 입이 열리기를 기대해 왔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도 이날 ‘진씨가 7년형을 선고받아 태도가 바뀐 것 아니냐’는 질문에 “조금 낙담했을 것”이라고 말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정관계 로비 수사로 확대되나〓검찰이 정 전 과장의 혐의를 확인하는 데 진씨의 도움을 받은 것이 사실일 경우 김 의원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확인 작업도 급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검찰 주변에서 김 의원의 금품수수 혐의를 확인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검찰이 김 의원을 소환 조사하면서 진씨의 정관계 로비의혹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수사 착수와 성공의 관건은 진씨 진술의 구체성 여부. 일단 진씨가 돈을 준 정관계 인사 중 일부의 명단이라도 밝혀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고 돈 전달 경위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이 있어야 해당 인사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다.
정 전 과장이 진씨와 함께 로비를 펼쳤을 경우 정 전 과장의 입에서도 정치인의 이름이 나올 수 있다.
검찰은 특히 지난해 총선 당시 정 전 과장이 진씨와 함께 민주당 김홍일(金弘一) 의원을 만나 정치자금을 전달하려고 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정 전 과장의 정관계 로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정 전 과장의 ‘막역한’ 상관이었던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