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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1일 00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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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군은 3월부터 학교에서 같은 반 급우 3명으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해 정신과 치료를 받아오다 지난달 15일 오후 9시반경 별양동 J아파트 4층 자신의 방에서 “저기 누가 지나가”라고 말한 뒤 갑자기 창밖 12m아래 화단으로 뛰어내려 심한 뇌손상을 입고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가족들은 선군이 급우들의 집단 괴롭힘을 이기지 못해 자살을 기도했다고 주장하며 정확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M초등학교측은 선군이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9월 23일 파악해 가해 어린이 3명과 학부모에게 반성문과 각서를 작성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군은 지난달 18일 학교측에 제출한 A4용지 크기의 경위서(사진)에서 “OOO는 2학기 때부터 재미있다고 때리고 OOO는 1학기 때부터 숙제를 안 해오거나 선생님한테 혼나면 화풀이로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서 때리고 (수업이) 끝나서는 소각장 뒤나 313동 앞에서 매일매일 때리고 부모나 선생님한테 이르면 죽는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 “OOO는 2학기 때 다른 OOO과 OOO이 때릴 때 ‘재미있겠다’며 얼굴을 때리기도 했고 내가 많이 맞았을 때 화장실에서 OOO이랑 OOO이 나를 가두고 문을 잠근 뒤 ‘물이 다 내려가면 끝난다’고 하면서 연속 팔을 때렸다”며 엽기적인 폭력이 초등학교 내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고발했다. 또 선군은 “친구들이 집단구타 사실을 선생님께 말해주지는 못할망정 불쌍하다고 놀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선군의 아버지(39)는 “아들에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휴대전화까지 사주었고 아들이 수업시간에 ‘데려가 달라’는 메시지를 엄마에게 보내기도 했다”면서 “학교에서 경위조사를 한 뒤 투신 직전인 지난달 13일까지 적어도 8차례 이상 집단 괴롭힘이 더 발생했는데도 학교측이 적극 대처하지 않아 아들의 사망을 유발했다”며 분개했다.
한편 경찰은 28일 조모군(11)을 제외한 같은 반 급우 김모(12) 민모군(13)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수원지법 소년부에 송치했으며 법원은 이날 이들에게 각각 2년과 6월의 보호관찰처분을 내렸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