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 송전탑 공사 갈등

  • 입력 2001년 11월 26일 18시 52분


한국전력이 추진 중인 경기 안산시 시화호 수면 위를 가로지르는 초고압 송전선로 설치 공사에 대한 관련 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대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최근 한전이 경기 화성시에 송전선로 공사를 위한 선착장 허가를 받은 것으로 밝혀지자 다음달에 대규모 반대시위를 잇따라 벌인 뒤 내년에는 송전탑 점거 농성 등의 투쟁도 벌일 계획이다.

시민단체들은 송전선로가 시화호 수면 위로 지나갈 경우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물론이고 수려한 자연경관을 해친다며 시화방조제 지하로 송전선로를 연결할 것을 요구해왔다.

반면 한전측은 기술력 부족과 건설기간 장기화, 막대한 추가 예산 등의 이유를 들어 지상 건설을 고수하고 있다.

▽시화호 송전선로 공사〓한전은 영흥도 발전소(인천 옹진군 영흥면)∼신시흥 변전소(경기 시흥시 정왕동) 38.2㎞ 구간을 연결하는 345㎸ 초고압 송전선로를 2004년 6월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이 송전선로는 영흥도에 건설 중인 영흥화력발전소 1, 2호기(2004년 12월 완공 예정)에서 발생하는 160만㎾의 전력을 수도권에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한전은 97년 착공해 현재 영흥도에서 대부도까지 10㎞ 구간의 송전철탑 공사를 마쳐 전체적으로 40%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한전은 안산시 성곡동과 화성시 송산면 형도에 송전선로 공사용 선착장을 만들기 위해 공유수면 점용 허가를 요청해 이달 초 화성시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한전은 시화호에 총 63개의 송전철탑을 건설할 방침이다.

▽시민단체 반발〓안산 시흥 화성 지역 10여개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시화호 송전선로 지중화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집행위원장 박현규·42)를 구성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대책위는 “더 이상 한전의 횡포를 참을 수 없다”며 다음달 4일과 14일 정부과천청사와 청와대 앞 등에서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내년 1월 대규모 시민궐기대회를 열고 2월부터는 대부도 일대 송전탑 점거투쟁을 벌일 방침이다.

대책위는 지상 건설이 비용 부담이 적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시화호를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송전선로 지중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현규 집행위원장은 “시화호 수면 위로 송전탑을 건설하는 것은 생태계가 복원되면서 국민적 관광지로 자리잡고 있는 시화호를 두 번 죽이는 꼴”이라며 “시화호 파괴를 막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한전 입장〓한전은 영흥화력발전소 및 송전선로 설치 공사는 국가 전력수급 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지중화는 현행 공사비에서 1조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기술상으로도 어렵다”며 “공사기간도 15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전력을 차질 없이 공급하기 위해서는 공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전 관계자는 “특히 송전선로를 지중화했을 경우 고장이 나면 장기간 정전사태가 불가피하며 초고압선에서 나오는 열을 처리하는 기술도 아직 미숙하다”고 밝혔다.

<안산〓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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