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비리 폭로 누구말이 맞나

  • 입력 2001년 11월 26일 18시 40분



‘언론공작’인가 ‘정당변호’인가.

‘국정원 게이트’ 관련자들이 검찰수사망을 피해 다니면서 언론에 엇갈리는 주장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사건이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부는 국가정보원의 ‘내부비리’라며 폭로발언을 했다가 뒤늦게 전면 부인하고 나섰고, 다른 사람들도 자기해명에 급급한 인상을 남겼다. 국정원에 정통한 인물들과 검사들은 “국정원 내부에서 나오는 정보 가운데 상당부분은 공작(工作)냄새가 짙다”고 말하고 있다.

▽김재환씨 폭행했나〓‘국정원 게이트’의 출발점은 “정성홍(丁聖弘) 전 국정원 경제과장이 전 MCI 코리아 회장 김재환(金在桓·수배 중)씨를 폭행했다”는 언론 보도였다. 김씨와 함께 진승현(陳承鉉)씨를 도왔던 전 검찰직원 김삼영(金三寧)씨는 한국일보와 몇 차례 만나 “김씨가 2, 3차례 폭행 당했고 나도 이를 목격했다”고 일관되게 밝혔다.

그러나 당사자인 정씨와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은 인터넷신문인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씨가 구치소에서 화상을 입은 것이 와전됐을 뿐”이라며 부인했다. 김삼영씨도 오마이뉴스측에 “그런 일 없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김은성 전 차장과 진승현씨 관계〓국정원 내 2인자였던 김 전 차장과 20대 벤처기업인 진씨는 어떻게 알게 됐을까. 검찰은 지난해 수사 때 “진씨가 로비를 위해 국정원 출신 김재환씨를 영입했으나 로비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언론이 “김 전 차장이 대검간부를 만나 구명로비했다”고 폭로하자 김 전 차장은 “진씨는 일면식도 없고 김재환씨가 좋은 사윗감을 알고 있다며 소개해 검찰 쪽에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본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삼영씨는 26일자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혼담은 거론된 적이 없다”며 “거꾸로 김 전 차장이 김재환씨를 진씨에게 방패막이로 소개시켜줬다”고 김 전 차장의 말을 뒤엎었다.

▽진승현씨가 김홍일 의원을 만났나〓‘김 의원 면담설’은 진씨의 정치권 전방위 로비의 중요한 단서다. 최근 “진씨가 정씨와 함께 김홍일(金弘一) 의원을 만났다”는 의혹이 언론에 보도됐다.

김 의원 측근은 “정씨가 지난해 4·13총선을 앞두고 전남 목포 지구당사무실로 어느 기업인과 찾아온 적은 있다”며 “그가 진씨일 수는 있겠지만 선거자금을 주겠다는 것을 거절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씨는 “총선 때 목포에 내려갔지만 진씨와 함께 간 적도, 김 의원을 만난 적도 없다”며 “김 의원의 유세장면을 먼 발치에서 보고만 올라왔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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