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돌보는 목사부부 "고통 나누니 기쁨 두배"

  • 입력 2001년 11월 15일 18시 54분


“고통은 순간이고 행복은 영원하지 않겠습니까. 허허허….”

경기 의정부시 금오동 가건물에서 장애인, 갈 곳 없는 노인 등 24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애헌교회 백충일 목사(67)는 힘든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97년 11월부터 거리로 나온 장애인과 노인 등을 데려와 함께 생활한 지 4년이 됐다. 초기에는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각계 각층에서 작은 정성을 보태 줘 가건물을 구하고 기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수세식 화장실도 만들고 재활기구도 몇 가지 갖출 수 있었다.

50세 때 뒤늦게 신학대학에 진학해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된 백 목사는 살던 집을 처분하고 교회 옆에 단칸방을 얻어 그동안 ‘소외된 이웃’을 위해 봉사해 왔다.

부인 이은자씨(57)도 혼자서 움직일 수 없는 노인과 장애인들의 대소변을 받아내거나 이들을 위해 식사를 제공하고 빨래 청소 등의 일을 묵묵히 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성금의 손길’이 거의 끊겨 백 목사 부부는 반찬 마련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돼 애태우고 있다.

예전에는 1년에 서너 차례 찾아와 도배를 다시 하거나 칠을 해주던 자원봉사자들도 올 들어 발길이 끊겼다.

그래도 백 목사 부부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고통스러운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소외된 삶’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기쁨은 영원할 겁니다. 그들이 저희를 필요로 할 때까지는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031-847-0421

<의정부〓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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