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것만은 지키자” 지침 330여개

  • 입력 2001년 11월 6일 00시 52분


인천시 남기명(南基明)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한 ‘인천시 생태환경탐사단’이 6박7일간의 일정으로 최근 호주와 뉴질랜드를 다녀왔다. 이 탐사단은 호주 시드니의 43개 자치시 중 ‘환경 으뜸시’로 알려진 맨리시에서 시민들의 열정과 지속적인 관심이 환경보존 문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확인했다. 본보 기자가 탐사단에 동행 취재했다.

지난달 24일 시드니항 북쪽 해변에 위치한 맨리시 벨그래이브 41번가의 시민단체들이 운영하는 ‘맨리환경센터’ 사무실. 이 곳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유니스 그래암(여)은 10년 전부터 열심히 자원봉사 활동을 해왔다고 말했다. 나이를 묻자 그는 웃으며 “손자가 있다”고만 답했다.

70세 가량으로 마음 좋은 ‘시골할머니’ 같은 인상을 지닌 그는 일주일에 한 두차례 환경센터에 나와 방문객과 교육생 등에게 커피잔을 날라주는 등 허드렛일을 한다.

그는 “정부에서 주는 노인수당으로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다”며 “‘환경봉사’는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삶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환경센터에는 그래암씨와 같은 자원봉사자가 500여명에 이른다. 91년에 창설된 환경센터는 호주의 ‘환경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쳐 현재 시청과 주정부 등로부터 재정 및 행정 지원을 받고 있다.

환경센터 감독관인 주디 레이즈는 “10여년 전 맨리 해변의 수질 오염이 심각해지면서부터 해안가에 살던 호주 팽귄인 ‘튜라’가 사라졌다”며 “이에 따라 맨리시내 20여개 시민단체가 환경센터를 결성한 뒤 대대적인 환경보호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환경센터는 시민들에게서 물 절약과 자원 재생, 공해 요인 감소 등과 관련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수한 뒤 ‘실천 전략’을 수립한다. 현재 ‘맨리시 보존전략’으로 불리는 이 실천 전략은 시민들이 98년부터 10년간 자발적으로 지켜야 할 물 절약 등 334개항으로 구성돼 있다.

맨리시는 이제 호주 전체에서 ‘최고의 환경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이같은 성과의 ‘일등공신’은 물론 환경센터다.

환경센터의 꾸준한 환경보호 운동 덕분에 맨리 시민의 1인당 연간 평균 쓰레기배출량이 10년 전(450㎏)에 비해 3분의 1인 150㎏으로 줄었다. 또 자원 재활용율은 50% 정도 상승했다.

이 밖에 나무식재율은 12% 늘어났고 차량소유율이 감소하는 등 ‘환경체감지수’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연간 강우량이 400∼500㎜에 불과한 맨리에서는 집집마다 빗물을 저장하는 물탱크를 설치해 빗물을 나중에 잔디밭에 뿌리거나 변기용 등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수돗물을 아끼고 있다. 탐사단 일원인 인천시 환경보전과 정연중 과장은 “환경센터가 주민과 행정당국, 기업체 등과 연계하는 역할을 잘 수행하면서 지역 실정에 맞는 환경정책을 제시해 큰 성과를 거둔 것 같다”며 “이 성공 사례가 인천에서도 적용될 수 있도록 좀 더 많은 연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시드니〓박희제기자>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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