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의혹' 김태정씨 유죄

  • 입력 2001년 11월 5일 18시 51분


서울지법 형사합의30부(오세립·吳世立 부장판사)는 5일 옷로비 의혹 사건 내사 보고서를 외부에 유출하고 기록 일부를 변조한 혐의로 기소된 김태정(金泰政) 전 검찰총장에 대해 혐의 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내사기록 일부를 은폐하고(증거은닉), 내사 보고서를 김 전총장에게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 누설) 등으로 기소된 박주선(朴柱宣·현 민주당 의원) 전 대통령 법무비서관에 대해 증거은닉 혐의는 유죄를 인정하고,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박의원의 죄가 중하지 않다고 판단된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이에 대한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박의원은 선거법 위반 사건이 아닌 일반 형사사건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되는 관련 법에 따라 1심 형량이 확정돼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김 전총장에 대해 고위 공직자 가족의 비위 사실에 관한 내사보고서는 밖으로 공개될 경우 통치기능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고 관련자들의 사생활이나 명예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비밀사항 이라며 김 전총장이 보고서를 변조해 신동아그룹 관계자에게 넘긴 것은 공무상 비밀누설죄와 공문서 변조죄에 해당한다 고 밝혔다.

박의원에 대해서는 옷로비 사건에 대한 검찰 및 특별검사의 수사가 시작되자 내사 기록 가운데 일부를 누락시켜 수사팀에 보냈다는 혐의는 당시 근무한 경찰관들의 진술로 미뤄볼 때 사실로 인정된다 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내사 결과에 관한 최초보고서를 김 전총장에게 유출했다는 혐의는 피고인 본인과 보고서를 받은 김 전총장이 부인하는 상황에서 사직동팀 경찰관들의 진술만으로는 유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박 전비서관이 최종보고서를 김 전총장에게 건네준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 보고서가 신동아그룹 관계자에게 유출될 것이라고 미리 예상하고 김 전총장에게 건네준 것이 아니므로 김 전총장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옷로비 사건은 강인덕(康仁德) 전 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裵貞淑)씨의 거짓 옷값 대납요구와 최순영(崔淳永) 전 신동아그룹 회장 부인 이형자(李馨子)씨의 오해가 빚어낸 실체없는 사건 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결론은 옷로비 의혹 사건에 관한 특검의 수사 및 지난해 11월 서울지법의 위증사건에 대한 판결결과와 다른 것이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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