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회장은 누구?]베일에 가린 '골프장 재벌'

  • 입력 2001년 9월 25일 18시 43분


상습 도박골프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신안그룹 박순석(朴順石·60) 회장은 독특한 이력과 경영 방식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아 온 인물이다. 전남 신안 출생으로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 그는 15세 때 단신으로 상경해 재벌급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의 자세한 개인신상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가 외부에 얼굴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기 때문.

박 회장이 업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99년부터. 신안CC 개장을 시작으로 단기간에 골프장 3곳과 호텔 2곳을 거느린 ‘골프장 재벌’로 떠오르면서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10개의 골프장을 소유하려 한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그는 비슷한 시기에 금융업에도 진출해 신안주택할부금융과 신안상호신용금고 ㈜그린C&F 등을 잇따라 인수하거나 설립했다. 주력부문은 건설업.

수천억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과 ‘초고속’ 성장의 배경은 업계의 관심거리. 일부에서는 그의 출신지와 관련짓기도 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박 회장을 지켜본 S건설 W회장은 “그는 돈의 흐름을 잘 아는 사람”이라며 “돈버는 재주는 나보다 적어도 두 수는 위”라고 박 회장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신안 그룹 계열사 현황
부문업체
건설신안종합건설
㈜신안
강남엔지니어링
레저그린힐CC
신안CC
리베라CC
신안관광개발
호텔리베라(서울)
호텔리베라(유성)
㈜신안스포츠클럽
금융신안주택할부금융
㈜그린 C&F
신안상호신용금고

관악CC(현 리베라CC) 인수 과정에서 신안이 부담한 자금은 7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장 시설 투자비를 회원들에게 전가하는 방식을 이용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박 회장은 70년대 초 철근 매매를 시작으로 사업에 나섰다. 건설업에 눈을 돌려80년 신안종합건설을 설립했고 10년 만에 건설업계 도급순위 20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자본력도 탄탄해 2000년 부채비율은 147.8%에 불과하다. 현금 흐름을 중시하는 박 회장의 경영 방식 때문이라는 것.

눈길을 끄는 것은 신안종합건설이 법인이 아니라 개인사업체인 점. 이 때문에 박 회장은 93년 종합소득세 납부 순위 2위를 차지했다. 지금도 신안종합건설은 개인사업체로 남아있다. 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드러나기 싫어하는 박 회장의 성격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신안이 건설을 뒤로하고 레저와 금융에 눈을 돌린 것은 외환위기 이후. 신안은 99년 경기 안성군 신안CC를 개장한 데 이어 광주군에 그린힐CC를 만들었다. 그린힐CC의 클럽하우스는 거대한 배 모양을 하고있어 “신안 앞바다에 침몰된 보물선 같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 뒤 제주 북제주군에 골프장 부지를 확보했고 관악CC를 인수했다.

박 회장의 골프에 대한 집착은 업계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 싱글 핸디캡 수준의 골프 실력을 갖고 있으며 고액의 내기 골프에서도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안은 현 정부 출범 이후 두 차례 세무조사를 당했다. 이 때문에 신안 측은 다양한 소문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후광설’을 부인하고 있다. 돈의 흐름을 보고 주력 업종을 바꾸었을 뿐이라는 신안 측의 ‘설명’과 세간의 온갖 ‘추측’이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 주목된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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