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회장 도박골프 수법]처음 잃어주다 한번에 큰돈 따가

  • 입력 2001년 9월 25일 18시 42분


신안그룹 박순석(朴順石) 회장이 상습도박 혐의로 검찰에 의해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그 배경과 박 회장의 도박수법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회장은 현 정권 하에서 골프장을 잇따라 건설하거나 인수하는 등 ‘잘나가는 사업가’로 꼽혀왔다. 검찰관계자도 “전남 신안이 고향인 박 회장은 현금 동원 능력만 수천억원에 이르는 재력가”라고 평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 ‘정치적 동기’는 없으며 첩보를 바탕으로 내사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검찰주변과 지역사회에서는 대농그룹 소유였던 구 관악골프장 인수 과정에서 기존회원들과의 마찰로 사건이 불거졌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 정권 실세들과의 친분 등을 거론하며 “언젠가는 불거져 나올 ‘싹’을 예방차원에서 미리 자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박 회장은 싱글핸디로 알려져 있다. 주위에서는 “가끔 언더파(72타 미만)를 치기도 한다”며 “타수를 마음대로 조절할 정도의 실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은 오비(OB)가 나면 주머니에서 공을 몰래 꺼내 놓고 치는 ‘알까기’ 수법으로 동반 플레이어를 속여가며 경기를 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잃어주다 일부러 ‘트리플 보기’를 해 판을 배로 만들어 한꺼번에 큰돈을 따는 수법을 사용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클럽하우스 자신의 방(VIP룸)과 서울 리베라호텔에 전용 도박장을 개설한 뒤 포커도박이나 고스톱 도박을 하게 하고 판돈의 10%씩 고리 명목으로 떼어 수억원을 챙기기도 했다. 검찰은 “판돈은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17억원에 이르렀으며 2000만∼6000만원을 도박장 개장비로 챙기면서 선이자 10%를 떼고 돈을 대주는 ‘꽁지꾼’ 노릇도 해 왔다”고 밝혔다.

<수원〓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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