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CB 300만달러 '로비 펀드' 이씨 진짜 주인?

  • 입력 2001년 9월 21일 18시 40분


정관계 고위인사들의 로비자금으로 지목받고 있는 삼애인더스의 300만달러짜리 해외 전환사채(CB)의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

대검 중수부는 이달 초 지앤지(G&G) 회장 이용호(李容湖)씨를 구속하면서 “D금고 대표 김모씨가 2주 만에 (192억원을 찾아가) 시세차익 154억원을 챙겼다”고 밝혀 김씨가 주인임을 내비쳤다. 그러나 KGI증권에 계좌를 개설하고 관리한 인물이 이씨의 자금관리자인 G&G 김모차장이어서 사실상 ‘이용호씨 특별계좌’가 아니냐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진짜 주인을 가리는 문제는 첫 투자금 38억원(300만달러)을 누가 냈고, 보름 만에 생긴 수익금 154억원을 어떻게 나눠가졌는지가 밝혀지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씨 계열사인 삼애인더스는 지난해 10월 말 900만달러짜리 해외 CB를 발행했다. 로비용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300만달러 펀드는 900만달러짜리의 세 펀드 중 하나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이 펀드는 올 1월 말부터 한치의 흠집없이 거래됐다. 1월22일 38억원이 입금된 이후로 ‘300만달러로 환전-해외 CB매입-수수료 지급-주식으로 전환-현금화’까지 전 과정이 완벽하게 진행됐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펀드와 관련해 “이용호씨는 국내증권사 홍콩지점을 통해 펀드에 넣을 돈을 정교하게 세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가 ‘보안’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용호씨의 자금운용방식을 잘 아는 A씨도 매입과정을 살펴본 뒤 “흠결 하나 없는 거래과정이 로비 성공을 확신하면서 돈 관리를 ‘거칠게’ 하던 이씨답지 않다”며 의문을 표시했다.

이용호씨가 동시에 발행한 나머지 300만달러짜리 2개 펀드는 이씨가 해외 CB를 주식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현격한 차이가 드러나 있다.

금감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다른 펀드에선 20대 후반에 불과한 G&G계열사 직원의 차명계좌나 190억원대 자금과는 거리가 먼 30세 여성의 계좌가 동원됐다. 마치 “내가 샀다”는 사실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다른 펀드는 7개 증권사 종금사를 통해 일반 투자자에게 팔린 것으로 보인다. 삼애인더스 해외 CB 10만달러어치를 고객에게 판 L증권 관계자는 22일 “금융실명법에 따라 밝힐 수는 없지만 평소 거래하던 법인고객에게 팔았다”고 밝혔다. 이 돈만큼은 일반 투자자에게 팔렸을 가능성을 이야기한 것이다.

결국 검찰주변에선 이용호씨가 정상 투자를 위장한 해외 CB투자 로비를 벌였다면, 검찰 수사는 38억원 조성 및 192억원 분배과정에서 실마리가 찾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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