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매출-주가조작 동원 '사금고화'

  • 입력 2001년 9월 19일 19시 04분


 지앤지(G&G) 이용호(李容湖)회장은 KEP전자를 통해 재계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구속영장 및 수사참고자료에 나타난 이용호씨 혐의나 의혹은 상장기업 KEP전자가 한 경영자의 전횡으로 어떻게 골병이 들어갔는지를 통해 잘 나타나고 있다. 이씨는 시장에서 악성소문이 퍼지면서 계열사를 정리하기 시작해 지난달 KEP전자 지분을 정리한 상태다.

 ▽매출전표 조작의혹〓이용호씨는 KEP인수 직후인 99년3월말 3개월뒤 반기결산때 공개할 매출액 매입액을 미리 결정하는 비밀회의를 열었다. 본보가 입수한 ‘KEP전자 매출계획(99년상반기)’에 따르면 3월말 미리 작성한 6월말 매출액은 147억8500만원. KEP전자가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반기결산서에도 147억6600만원으로 돼 있어 2000만원 가량만 차이가 날 뿐이다. 그러나 KEP전자 사정을 정확히 알고 있는 A씨는 “총 매출액 가운데 56억원은 ‘세금계산서 장사꾼’ 홍모씨 등 4명으로부터 사들인 가짜 서류로 부풀린 것으로 액수일치는 절대 우연이 아니다”라고 증언하고 있다. 미리 정해놓은 대로 계산서를 끊어 맞췄다는 뜻이다.

 ▽국내외 전환사채(CB) 발행〓KEP전자는 99년 5월 60억원대의 국내 CB를 발행했고, 8월에는 194억원대의 해외 CB를 발행했다. 전환사채는 경영상 필요한 자금을 ‘나중에 원한다면 주식으로 전환해 준다’는 약속과 함께 빌리는 빚. 그러나 이용호씨는 발행대금 전액을 횡령해 개인빚을 갚거나 주식투자에 썼다는 것이 대검찰청 수사결과 드러났다. 주가는 증자 및 외자유치라는 호재를 맞아 불과 3개월 사이에 8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구속영장에 따르면 국내 CB발행때 일반투자자가 신청한 금액은 18억9000만원으로 나머지 41억여원은 미청약분이 됐다. KEP전자는 41억원을 이씨가 떠안는 형식을 취했다. 그러나 이씨는 돈은 넣지 않고 전환사채만 S캐피탈에서 할인받아 개인빚을 갚는데 썼다.

 해외전환사채 발행도 불투명하다. 대검 중수부는 영장에서 “이씨가 해외CB발행금 194억원 가운데 148억원을 마음대로 써버렸다”고 밝혔다. 또 서울지검이 지난해 확보한 수사참고자료에 따르면 해외발행 CB는 외국인 투자를 가장한 국내 투자자가 인수했다. 194억원을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인 한 국내종금사가 사들였던 것이다. 해외CB발행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KEP전자가 이 종금사에 커미션 명목으로 현금 2억원을 사과박스에 담아 전달했다”고 말했다.

 ▽99년10월 마포세무서에 적발되자 로비결정〓KEP전자가 이용호씨의 ‘사(私)금고’로 전락하면서 KEP전자는 99년10월 최대위기를 맞는다. 국세청에 불투명한 자금흐름이 적발된 것이다. 당시 KEP전자 이모부장은 99년10월경 이용호씨에게 극비 내부보고서에서 “마포세무서가 계좌추적으로 최근 입금시킨 돈이 RGB시스템에 물건을 팔고 받은 대금이 아니란 것을 밝혀냈다”며 로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G&G는 10월22일 ‘KEP전자 업무추진비’항목에서 현금 1000만원을 지출한다. KEP전자는 ‘관할이 다르다’는 이유로 금천세무서로 넘겨졌으며 7개월 뒤 가산세 1억3000만원만 부과된 채 조용히 마무리됐다.

 ▽자기회사 주가조작 의혹〓이용호씨는 부인과 장인 등이 소유한 KEP전자를 통해 99년 연중 주가조작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KEP전자 내부관계자는 “S증권 반포지점, B증권 도곡지점 등 증권사직원과 우호세력 김모씨, 최모씨가 주가조작에 동원됐다”고 말했다. 김씨, 최씨는 금감원이 99년7월 대우금속(현 인터피온)주가조작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인물.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동원된 53개 차명계좌는 주로 계열사 임직원의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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