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족집게 강사'의 안타까운 죽음

  • 입력 2001년 9월 18일 18시 59분


서울 강남 일대 어느 ‘족집게 학원강사’의 죽음.

96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주요 대학 논술문제를 적중시켜 유명해진 강남일대 학원가의 스타 강사 조진만(趙辰晩·32)씨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강남 일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17일 새벽 폐렴으로 숨졌다.

조씨의 사망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밤 수백명의 학생들이 병원 영안실을 찾았고, 조씨의 홈페이지에 마련된 사이버 분향소에는 이틀만에 1600여건이나 되는 애도의 글이 올랐다.

조씨는 연간 억대의 고액 수입을 올리며 최고의 논술강사로 학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최근에는 한 인터넷 교육업체의 부사장으로 취임해 사업가로의 변신을 꾀하기도 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특히 인간적으로도 신뢰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학업은 물론 신상문제까지도 조씨와 상의했다는 것.

학원강사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명성과 고액 수입을 뒤로 하고 조씨가 죽음을 맞이한 원인은 결국 과로였다.

한 동료강사는 “학원강사들에게 학원가는 자기성취의 장이면서도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이기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이면 식사도 거르면서 12시간씩 강의를 하고 다니는 조 선생이 늘 걱정이 됐다”며 “직업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학원강사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개발과 관리가 필요하며 인기가 있을 때 벌어두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적인 문제점 등이 조 선생을 무리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서울 강남 강동 서초구, 그리고 수도권 평촌 등지의 7개 학원에서 강의를 맡았으며 월 수입은 1000만원대를 휠씬 상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득의 이면에는 고달팠던 ‘학원강사의 애환’이 숨겨져 있었다.

<박민혁기자>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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