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여순반란 왜곡영화 지원"…野 "정권 안보관 우려"

  • 입력 2001년 9월 18일 18시 49분


국방부가 여순반란사건을 다룬 영화 ‘애기섬’ 제작과정에 헬기 등 군 장비를 지원한 것을 한나라당이 문제 삼고 나섰다. 그러나 국방부는 영화 내용 중 문제되는 부분을 바로잡는다는 조건 아래 지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18일 “국방부가 여순반란사건의 실체를 왜곡하는 내용의 영화 ‘애기섬’ 제작 과정에 각종 지원을 했다”며 “현 정권의 역사관과 안보관의 혼돈성에 깊은 우려를 금치 못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애기섬’은 여순반란사건을 ‘이승만(李承晩) 정부가 반공주의 국가를 만든다는 미명 아래 수없이 많은 민간인의 죽음을 요구한 사건’으로 규정하는 내용”이라며 “이런 영화에 군 헬기와 트럭 소총 군복 등을 지원한 것은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다가 반란사건을 진압한 군인들을 양민학살자로, 반란 주동자를 국가유공자로 판정하는 세상이 오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지난해 ‘애기섬’이 여순반란사건의 진상규명을 이유로 사건의 본질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진압군 과잉진압 장면 삭제 등 군의 요구조건 수용을 전제로 합의각서를 체결한 뒤 병력과 장비를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5월 시연회를 개최한 뒤 추가 보완까지 지시했는데 최종 제작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제작사가 임의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영화를 출품했다는 것.

국방부는 영화사가 합의각서를 위반하고 ‘애기섬’을 영화제에 출품한 데 대해 법적 대응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또 모 월간지가 관련 내용을 잘못 보도했다며 이 월간지에 대해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송인수·이철희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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